피혁 전문업체 유니켐의 심양보 회장(사진)은 2010년 12월 대표이사로 취임하기 전까지만 해도 ‘피혁 물처리 공정’을 맡았던 하도급업체 삼애의 사장이었다. 유니켐이 태양광 나노 창호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다 경영난에 빠지자 심 회장은 유니켐의 경영권을 사들였다. 그리고 2년반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피혁 이외 사업 과감히 정리

심 회장은 “회사를 인수한 뒤 원자재 값이 치솟아 납품가격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었는데도 거래처와 한 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신념으로 품질이 좋은 제품을 계속 공급했다”며 “그랬더니 거래처에서 주문량을 늘려주고 가격도 올려줘 올해 이익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1976년 설립된 유니켐은 자동차 가죽시트와 고급 핸드백용 천연가죽 원단 등을 만드는 기업이다. 현대·기아차와 르노삼성차, 명품업체인 코치와 MCM 등에 가죽 원단을 납품해 왔다. 하지만 사업 다각화 실패로 거액의 손실을 입었고 부도 직전까지 내몰렸다.

심 회장은 “유니켐이 무너지면 납품업체인 삼애 역시 부도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유니켐은 영업력과 기술력이 세계적 수준인 데다 빚도 많지 않아 실패한 사업들만 제대로 정리하면 회생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말 유니켐을 인수한 즉시 태양광사업부를 없앴다. 나노분야 자회사 ‘NPC’와 창호업체 ‘한길’ 지분도 정리했다. 그러나 이 회사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피혁 사업은 그대로 유지했다. 그는 “회사가 무너질 위기였지만 도급 인력까지 포함한 320여명의 직원은 한 사람도 해고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거래처와 약속 지켜야”

심 회장이 대표로 취임할 당시 피혁 원자재인 소가죽 가격은 72달러(한 마리 기준)에서 1년 뒤 107달러로 50%가량 올랐다. 유니켐은 이 때문에 2011년 1097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도 10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회사 재무·영업 담당자들은 “지금 가격으로는 거래해선 안 된다”며 납품 중단을 건의했다. 그러나 심 회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니켐은 이로 인해 지난해에도 88억원(매출 994억원)의 손실을 냈다. 올해 2월에는 운전자금 마련을 위해 137억원의 유상증자까지 했다.

유니켐은 이런 노력 덕분에 르노삼성차에 시트 원단을 전량 공급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현대·기아차로부터 차량용 시트 원단 납품가를 16.3% 더 받는 계약을 맺었다. 유니켐은 올해 2분기 매출 242억원에 영업이익 6억원을 내 흑자전환했다.

거래처와 약속을 철저히 지켜 후속 물량을 따낸다는 그의 판단은 옳았다. 유니켐은 올해 말 출시 예정인 기아차 카니발 후속모델에 내년부터 4년간 238억원어치의 가죽시트 원단을 납품키로 했다. 기아차 중국법인 둥펑위에다기아에도 내년 4월부터 2018년까지 148억원어치 가죽시트 원단을 공급하기로 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