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외풍에…주인없는 포스코·KT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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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Story 100% 민영화도 이사회 강화도"소용없네"
'논공행상' 자리 나눠주기에 정권초마다 CEO 교체파동
'논공행상' 자리 나눠주기에 정권초마다 CEO 교체파동
“정말 정부가 물러나게 할 생각이 있다고 해도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한국 대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 조사니 세무조사니 해서 불명예스럽게 퇴진시키는 건 국제 망신입니다.”
포스코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정준양 회장 퇴진설에 대해 이렇게 울분을 토했다. 그는 “이럴 바에는 아예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회장을 다시 뽑는 것으로 정관을 바꾸는 게 나을 것”이라며 허탈해했다.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포스코와 KT가 회장 퇴진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정 회장과 이석채 KT 회장이 제외되며 구설에 오르더니 이제 ‘사퇴 의사를 밝혔다’는 노골적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권 교체기마다 어김없이 포스코 회장 교체설이 나오는 것은 완전 민영화됐지만 뚜렷한 지배주주가 없는 가운데, 독립경영에 필요한 지배구조를 갖추지 못하고 있어서다. 정권이 마음만 먹으면 최고경영진 인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1968년 4월 포항종합제철로 설립된 포스코는 1998년 민영화를 시작해 2000년 9월 완료했다. 이후 포스코는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상황이 지속돼왔다. 현 최대주주는 뉴욕멜론은행(15.02%)으로 돼 있지만, 이 은행은 포스코 DR의 예탁기관이어서 의결권은 각각의 DR 소유주가 갖고 있다. 다음은 국민연금공단(6.14%)과 포스코와 제휴를 맺고 상호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신닛테쓰스미킨(5.04%) 순으로 지분율이 높다.
이 때문에 포스코는 민영화 이후에도 사실상 공기업 취급을 받아 정부 입김이 작용한다는 게 정설이다. 유상부 전 회장은 노무현 정부 초기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홍걸 씨의 요청으로 타이거풀스 주식을 고가에 매입했다는 의혹으로 퇴진했다. 이구택 전 회장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말 세무조사를 막기 위해 국세청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으로 2009년 1월 자진 사퇴했다.
민영화 이후에도 포스코와 KT에서 외풍을 이겨낸 CEO는 아무도 없었다. 정준양 회장과 이석채 회장의 거취도 같은 맥락에서 예측되고 있는 형국이다. 포스코는 2006년 사외이사로 구성된 독립기구인 CEO후보추천위원회 제도를 도입했지만 외풍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석채 회장의 거취 문제도 새 정부가 들어선 뒤 꾸준히 불거져왔다. 최근 청와대가 ‘대통령의 뜻’을 언급하며 이 회장의 조기 사임을 종용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주총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임기는 2015년 3월까지로 1년반 이상 남아 있다. KT는 공기업으로 있다가 2002년 정부가 지분을 매각하면서 순수 민간기업이 됐다. 국민연금(8.65%), 미래에셋자산운용(4.99%), 자사주(6.6%), 우리사주(1.1%) 등으로 분산돼 사실상 지배주주가 없는 상태다.
하지만 KT는 그동안 CEO 선임에서 정부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전임자인 남중수 사장도 2008년 연임에 성공했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후 1년을 버티지 못했다. 임기를 2년 이상 남긴 상태에서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됐고, 올해 초 사면복권됐다.
전문가들은 포스코와 KT의 독립 경영을 위해서는 경영 지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지배구조를 보다 투명하게 하는 것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구시대적인 ‘자리 만들어주기’식 인사 개입을 지양해야 한다”면서도 “포스코와 KT도 회장 선임 절차를 보다 엄격히 정해 개입의 여지를 없애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지배구조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려면 사실상 경영진이 지명한 사외이사들이 다시 경영진을 뽑는 ‘교황 선출식’ 시스템 개선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사회의 독립성과 기능을 강화하고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전문성 있는 인사를 회장에 선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욱진/양준영/김대훈 기자 venture@hankyung.com
포스코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정준양 회장 퇴진설에 대해 이렇게 울분을 토했다. 그는 “이럴 바에는 아예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회장을 다시 뽑는 것으로 정관을 바꾸는 게 나을 것”이라며 허탈해했다.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포스코와 KT가 회장 퇴진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정 회장과 이석채 KT 회장이 제외되며 구설에 오르더니 이제 ‘사퇴 의사를 밝혔다’는 노골적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권 교체기마다 어김없이 포스코 회장 교체설이 나오는 것은 완전 민영화됐지만 뚜렷한 지배주주가 없는 가운데, 독립경영에 필요한 지배구조를 갖추지 못하고 있어서다. 정권이 마음만 먹으면 최고경영진 인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1968년 4월 포항종합제철로 설립된 포스코는 1998년 민영화를 시작해 2000년 9월 완료했다. 이후 포스코는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상황이 지속돼왔다. 현 최대주주는 뉴욕멜론은행(15.02%)으로 돼 있지만, 이 은행은 포스코 DR의 예탁기관이어서 의결권은 각각의 DR 소유주가 갖고 있다. 다음은 국민연금공단(6.14%)과 포스코와 제휴를 맺고 상호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신닛테쓰스미킨(5.04%) 순으로 지분율이 높다.
이 때문에 포스코는 민영화 이후에도 사실상 공기업 취급을 받아 정부 입김이 작용한다는 게 정설이다. 유상부 전 회장은 노무현 정부 초기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홍걸 씨의 요청으로 타이거풀스 주식을 고가에 매입했다는 의혹으로 퇴진했다. 이구택 전 회장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말 세무조사를 막기 위해 국세청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으로 2009년 1월 자진 사퇴했다.
민영화 이후에도 포스코와 KT에서 외풍을 이겨낸 CEO는 아무도 없었다. 정준양 회장과 이석채 회장의 거취도 같은 맥락에서 예측되고 있는 형국이다. 포스코는 2006년 사외이사로 구성된 독립기구인 CEO후보추천위원회 제도를 도입했지만 외풍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석채 회장의 거취 문제도 새 정부가 들어선 뒤 꾸준히 불거져왔다. 최근 청와대가 ‘대통령의 뜻’을 언급하며 이 회장의 조기 사임을 종용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주총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임기는 2015년 3월까지로 1년반 이상 남아 있다. KT는 공기업으로 있다가 2002년 정부가 지분을 매각하면서 순수 민간기업이 됐다. 국민연금(8.65%), 미래에셋자산운용(4.99%), 자사주(6.6%), 우리사주(1.1%) 등으로 분산돼 사실상 지배주주가 없는 상태다.
하지만 KT는 그동안 CEO 선임에서 정부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전임자인 남중수 사장도 2008년 연임에 성공했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후 1년을 버티지 못했다. 임기를 2년 이상 남긴 상태에서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됐고, 올해 초 사면복권됐다.
전문가들은 포스코와 KT의 독립 경영을 위해서는 경영 지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지배구조를 보다 투명하게 하는 것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구시대적인 ‘자리 만들어주기’식 인사 개입을 지양해야 한다”면서도 “포스코와 KT도 회장 선임 절차를 보다 엄격히 정해 개입의 여지를 없애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지배구조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려면 사실상 경영진이 지명한 사외이사들이 다시 경영진을 뽑는 ‘교황 선출식’ 시스템 개선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사회의 독립성과 기능을 강화하고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전문성 있는 인사를 회장에 선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욱진/양준영/김대훈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