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별장 性접대' 건설업자 이권 개입 첫 증언 나왔다…"파티 참가 병원장에 청탁…암센터 공사 따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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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수주한 건설사 "윤씨 인맥 도움됐다"
D사와 골프장 인허가 브로커로 인연 맺어
D사와 골프장 인허가 브로커로 인연 맺어
각종 이권을 대가로 사회 고위층 인사들에게 성 접대를 한 의혹을 받고 있는 건설업자 윤모씨(52)가 병원장과의 친분을 이용해 수도권 모 병원 암센터 증축 공사를 따냈다는 증언이 처음으로 나왔다. 해당 병원장은 윤씨의 강원 원주시 ‘별장 파티 참석자 명단’에 올라 있는 인물이다.
암센터 증축 공사를 담당한 D건설의 고위 관계자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씨가 2012년 1월 수도권의 한 병원 암센터 공사 입찰 당시 병원장과의 친분을 이용해 우리 회사가 해당 병원 공사를 수주할 수 있도록 부탁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업체 두 곳이 입찰에 참여했는데 ‘이왕이면 D사가 일을 잘하니 도움을 달라’는 식으로 병원장을 설득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는 “공사를 따내는 데 윤씨의 인맥이 한몫한 건 사실”이라며 “이 정도 규모의 공사에서 인맥을 이용하는 건 업계에선 공공연한 비밀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공사는 9억원 규모의 병원 암센터 증축 공사로 D사는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공사를 진행하고 1억원 정도의 수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D사와 G사 두 곳만이 입찰 지원서를 냈다. 윤씨는 D사의 계열사인 D레저 공동 대표로 있다.
그러나 입찰 과정을 살펴보면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업계에선 G사의 시공 능력으로 봤을 때 공개입찰을 가장한 수의계약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D사가 결국 따낼 공사인데 경쟁 입찰의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G사를 ‘들러리’로 세웠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해당 병원 증축 공사는 기계 설비, 전기 통신 설비, 소방 설비 등의 개·보수 업무였지만 입찰에 참여한 G사는 온돌 난방시스템 등 바닥재 전문업체다. 적합하지 않은 업체가 입찰에 참가했다는 얘기다.
또 유명 종합병원 공사에 단 두 업체만 응찰한 점도 석연치 않다. 공개경쟁 입찰 형식을 갖춘 뒤 시공능력의 현격한 차이를 이유로 D사를 시공업체로 선택한 의혹도 있다. 대한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D사는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순위 460위였다. G사는 건축 공사만 하는 업체로 건축 부문 시공능력 순위가 3528위에 불과했다. 지난해 건설 공사 실적과 시공능력 평가액은 D사가 116억3300만원, 395억3400만원이었고 G사는 10억600만원, 23억6000만원이었다.
병원 측은 이에 대해 “공개입찰로 진행된 공사”라며 “입찰서를 면밀히 검토했고, 병원에서 사업발표(프레젠테이션)도 따로 진행하는 등 병원장 개인의 영향력이 미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D사 확인 결과 프레젠테이션은 따로 진행되지 않았다.
윤씨가 D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08년 D레저의 공동 대표를 맡으면서부터다. D사는 2007년께 강원 홍천군에서 동인CC 건설을 추진했다. 그러나 인·허가가 떨어지지 않자 윤씨를 브로커로 채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씨는 고위층과의 인맥을 자랑하며 골프장 인·허가를 해결해주기 위해 D레저 대표로 취임했다. 그는 따로 월급은 받지 않고 골프장 건설 인·허가가 떨어지면 이에 대한 수익금의 일부를 나눠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골프장 인·허가가 늦어지자 우선 9억원에 불과한 작은 규모의 공사라도 따내 자신의 인맥을 과시하기 위해 브로커 활동을 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건설사들이 정·재계 등 인맥이 넓은 사람을 브로커로 고용해 로비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김우섭/이지훈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