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라이와 링구. 작년 중국 정가에 대격변을 일으킨 두 인물이다. 극좌파 대표격인 보시라이는 살인죄를 저지른 부인과 함께 약 10조원을 부정축재한 혐의로 구속됐다. 링구는 작년 3월 9억원짜리 페라리 승용차를 몰고 새벽에 베이징 도심을 달리다가 교각 난간을 들이받고 즉사했다. 당시 차에 동승했던 전라(全裸)와 반라(半裸)의 두 여인 중 한 명은 병원에서 사망했다.

두 사람 모두 거물의 자제라는 게 공통점이다. 보시라이는 혁명 원로 중 한 명인 보이보의 아들이다. 링구의 아버지는 후진타오의 비서실장으로 전도유망한 정치인인 링지화이다. 60대인 보시라이와 20대인 링구의 세대차는 국민의 입장에선 중요하지 않다. 권력과 부를 세습한 태자(太子)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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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선 ‘권력=부(富)’ 의 음성적 공식이 횡행한다. 청나라가 망한 뒤 내전을 거쳐 공산국가가 세워졌다. 봉건왕정에서 전쟁과 혁명으로 이어졌고, 결국 1당 독재체제의 국가가 등장한 게 중국의 근대사다. 권력과 부는 승리에 따르는 전리품이었다. 공산당 1당독재는 절대왕정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고위 관리들은 고관대작이나 지방 제후들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권력가들은 뒷돈을 받는 것을 부패가 아닌 권리로 여겼을 법하다.

중국혁명의 8대 원로 자제 103명이 보유한 국유기업의 자산이 1700조원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8대 원로는 덩샤오핑과 그의 혁명동지인 왕전 양상쿤 리셴녠 등을 말한다. 1980년대 후야오방이 당 총서기였지만 실권은 8대원로가 쥐고 있었다. 보시라이의 아버지인 보이보도 그 중 한 명이다. 권력과 부의 세습은 구조화됐다. 8대 원로의 뒤를 이은 지도부도 똑같다. 리펑 전 총리의 딸과 아들은 중국 전력회사를 각각 맡아서 경영하고 있다. 반(反)부패의 상징이었던 주룽지의 아들인 주위안라이는 건설은행이 설립한 투자회사의 최대주주이다. 후진타오 주석의 아들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보안시스템을 공급해 수천억원을 챙겼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원자바오 총리의 아들 역시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브로커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회가 발전하면서 권력과 부의 일체화와 세습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다. 시진핑은 집권하자마자 반부패의 칼을 뺐다. 공산당 집권을 위협할 만큼 부패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크기 때문이다. 인터넷에는 지방관리들의 부패를 고발하는 격문이 쏟아지고 있다. 10대 정부(情婦)를 둔 베이징의 관리, 매관매직한 우루무치 공안부장, 공공재산을 사유화한 난징 도매시장의 주임 등은 모두 인터넷 고발에 의해 적발됐다. 이런 작은 변화가 큰 물결로 이어질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좋은 날이 끝나간다”는 중국 권력가들의 푸념은 점점 늘어날 것 같다.

조주현 논설위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