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열 과장(36)은 아이가 보고 싶으면 회사 2층 어린이집 벨을 누른다. 이 과장은 “아이와 함께하는 출근길이 즐겁다”며 “회사에서도 틈을 내면 볼 수 있으니 피로회복제가 따로 없다”고 했다. 송상연 대리(35)는 올해부터 탄력근무를 신청해 아침시간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지난 3일 여성가족부가 선정한 가족친화기업 대통령 표창을 받은 SK이노베이션 직원들의 이야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행복경영을 실천한 결과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최 회장은 “경영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얻어야 할 것은 행복”이라며 “일하는 과정에서 행복감을 얻을 수 있는 경영환경이 더 중요하다”고 말해왔다.

SK이노베이션의 가족친화 경영은 입사 때부터 시작된다. 입사가 결정되면 구자영 사장은 감사 편지와 꽃다발을 부모님 앞으로 보낸다. 이후 회사는 결혼에서부터 육아까지 직원들의 고민을 공유한다. 사내 미혼 남녀 구성원들에게 미팅을 주선하고 좋은 짝을 만나면 전세, 주택구입 자금을 저리로 지원한다. 어린이집 운영을 비롯해 미취학 아동부터 대학생까지 교육비를 책임지고, 여직원은 최대 1년까지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복직 후에도 그해 근무 기간이 6개월 미만이면 평가에서 제외해 휴가에 대한 평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배려한다. 탄력근무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직원들은 출근시간에 따라 퇴근시간도 일정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

이런 제도를 뒷받침하기 위해 사내 문화도 변했다. 업무의 효율성과 직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보고와 회의 시간을 줄였다. 금요일엔 ‘비즈니스 캐주얼’로 편하게 입고 휴가도 하계휴가 4일과 개인 연차 등을 포함해 16일의 휴가를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기간만큼 쓸 수 있다. 지난해엔 구 사장이 먼저 2주일간의 휴가를 쓰면서 직원들의 휴가를 독려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프로그램도 가족들과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경영층의 행복 경영과 구성원의 변화에 대한 요구를 회사는 제도로, 구성원은 문화로 정착시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