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 증가해 2009년 3분기(1.0%) 이후 3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전분기 대비로도 0.2% 증가에 그쳐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제시한 연간 성장률 2.4%도 불과 보름 만에 하향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고 26일 발표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물가 상승 압력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이 3%대 후반인 점을 감안하면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이는 당초 한은의 3분기 전망치인 전년 동기 대비 1.8%, 전분기 대비 0.3%보다도 0.1~0.2%포인트씩 낮아진 수치다. 경기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나빠졌다는 의미다.

경기 급락은 설비투자 급감 때문이다. 3분기 설비투자는 전기 대비 4.3% 줄어들어 2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반도체 제조용 등 기계류 투자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김영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유럽 재정위기 여파가 지속되고 있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고 말했다. 재고도 0.5% 감소해 GDP 증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다만 민간 소비는 0.6% 증가했으며 정부 소비도 하반기 재정 지출 확대에 따라 0.9% 늘어났다. 건설투자는 0.2% 증가해 간신히 마이너스 성장을 모면했다.

4분기는 3분기보다 나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큰 폭 회복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정책실장은 “경기의 탄력적인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어 경기 바닥을 얘기할 상황이 아니다”며 “경기 부진 양상이 내년까지 이어져 ‘L자’형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지수는 3분기 경기 둔화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로 전날보다 33.07포인트(1.72%) 내린 1891.43으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지수가 1900선 아래로 내려온 것은 지난달 6일 이후 처음이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