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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미술 '이머징 마켓' 급부상

WORLD ART

은행·기업 대대적 지원 힘입어 판매량 6년새 6배나 급증
세계적인 경매회사 소더비는 3년 전부터 터키 미술품만 따로 경매하고 있다. 터키 미술시장이 아직 신흥 시장이란 점에서 보면 이례적인 일이다. 터키 미술은 유럽과 미국의 다른 경매시장에서도 중국 미술품과 함께 컬렉터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터키 내 미술시장은 2005년 2500만달러에서 지난해 1억5000만달러 규모로 6년 새 6배 이상 커졌다. 유럽의 몇몇 미술관은 이스탄불에 분점을 설치하거나 본거지를 이전하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

터키 미술이 이처럼 급성장하고 있는 비결은 뭘까. 터키 화랑가 관계자들은 경제 성장에 따른 메세나 활동의 증가를 첫 번째 배경으로 꼽았다. 1990년대 이후 경제적으로 성공한 기업가와 은행들이 비영리 미술관과 문화재단을 잇달아 설립하고, 신진 작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오늘의 터키 미술이 결실을 맺게 됐다는 것이다. 가란티 은행이 후원하는 살트(SALT), 베흐비 코츠 재단이 후원하는 아르터(Arter), 건축가 칸 엘기즈가 설립한 프로제4L/엘기즈 현대미술관은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곳이다. 이들이 지원한 작가들이 비엔날레와 아트페어 등 터키 국내외 미술 행사에 적극 참여하면서 터키 작가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1987년 출범한 이스탄불 비엔날레는 터키 작가들을 해외에 알리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한편 터키 작가들이 국제 미술 흐름과 교감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스탄불 컨템퍼러리 아트페어(IC)’ 역시 이런 성장을 일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올가을 7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짧은 기간 내 20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 국제 이벤트로 성장해 주목받고 있다. IC는 견본시장과 함께 아직 미술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이란, 시리아 등 중동지역의 미술을 소개하는 창구 역할도 하고 있다. 정기 아트 페어 행사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에 터키 현대미술을 알리는 교류전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내달 3일부터 한국에서 열리는 ‘인카운터(만남)’전이 그 대표적인 예다.

터키 현대미술이 국제시장에서 각광받는 이유는 뭘까. 디지털 기반 사진작가 무라트 게르멘은 “터키 미술이 주목을 끄는 것은 그들의 작업이 서구인들에게 이국적인 느낌을 자아내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미술 교육을 받은 터키 작가가 늘어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동서양의 문화가 결합된 독특한 감성을 서구적인 조형어법에 담아냄으로써 서구인들에게 친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얘기다. 대중과 교감하려는 비영리 화랑들의 노력도 주목할 만하다. 씨에이엠(CAM) 화랑은 큐레이터가 내방객과 격의없는 대화를 나눠 미술애호가가 되도록 유도한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터키 미술시장은 세계 미술시장의 전반적인 침체 속에서도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런던의 크램프 갤러리가 이스탄불에 분점을 설치한 것도 이머징 마켓으로서 터키 시장의 가능성을 내다본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터키의 대표적인 경매회사 베야즈 옥션하우스의 전담 경매사인 아지즈 카라데니즈는 “터키 시장은 유럽이나 미국 시장에 비해 아직 저평가돼 있어 성장 잠재력이 무한하다”고 진단했다.

최근 영국의 저술가 호세인 아미르사데기는 내년 초 출간을 앞둔 《한국미술:오늘의 파워》(테임즈&허드슨)에서 한국 미술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렇지만 한국 기업과 미술계가 얼마나 미술 대중화와 신인 작가 육성을 위해 노력했는지에 대해서는 반성의 여지가 많다는 게 중론이다. 그런 점에서 터키 현대미술의 급성장 과정은 한국 미술계가 참고해야 할 모범 사례로 꼽힌다.

이스탄불=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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