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메뉴
한국경제 앱 개편 EVENT

[사설] 오역(誤譯)이 법이 되는 춤추는 금산분리

새누리 '모임' 주장대로 하면 보험도 증권도 모두 외국자본 지배로
새누리당 경제민주화 실천모임이 금산(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를 강화하는 구체적 법안 만들기에 돌입했다고 한다. 대기업집단이 비은행금융사를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보험사 등이 갖고 있는 다른 계열사 지분에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토론회를 거치고 있지만 졸속입법에 대한 당내 반발도 만만찮은 것 같다. 새누리당의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에는 제동이 걸릴 것인지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만일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과격인사들의 주장대로 금산분리법이 확정된다면 한국 산업사에 미증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금산분리론자들의 주장대로라면 삼성그룹 등 주요 그룹의 경영권이 중대한 도전을 받게 된다. 이미 순환출자분에 대해 소위 가공자본 의결권을 제한하겠다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여기에 금융사 의결권까지 박탈된다면 경영권 공격에서 자유로울 기업은 거의 없다.

제2금융권에 대한 외국자본의 지배가 시작될 가능성도 크다. 보험 증권사를 계열분리할 경우 독자적으로 경영할 주체가 없어진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상당수가 매물로 나오게 되고 매수처는 외국자본밖에 없다. 은행은 관치가, 제2금융권은 외국자본이 지배하는 금융산업 구조를 만들자는 게 아니면 이런 금산분리 법안이 나왔을 리 만무하다. 수차례 본란을 통해 지적했지만 이런 식의 금산분리를 시행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워런 버핏의 벅셔해서웨이는 보험지주를 통해 50여개 자회사를, GE는 GE캐피털이라는 초대형 금융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알리안츠 그룹도 보험지주사를 통해 비금융자회사를 거느린다. 그러나 어느 나라에서도 이를 둘러싼 시비가 일어난 적이 없다. 모두 주자학적 명분론의 결과다.

유독 한국에서만 금산분리의 칼춤이 멈추지 않는다. 미국서는 원래 은행과 산업의 분리였다. 은행은 예금에 대한 지급준비율의 역수만큼 신용을 창출하기 때문에 산업에 대한 지배력을 묶어둘 필요가 있다고 하겠지만 신용창출 기능이 없는 제2금융에는 가당치 않은 언어의 착각이다. 금산법을 개정하면서 누군가가 은행을 금융이라고 오역하면서 일어난 해프닝이 이제 진짜로 법이 되려는 순간이다. 실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1. 1
  2. 2
  3. 3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1. 1
  2. 2
  3. 3
  4. 4
  5. 5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