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진실을 말하는 목소리를 듣는다. 엊그제 대선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경기도지사 얘기다. 그는 출마의 변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없이 복지가 없으며, 좋은 일자리는 기업 규제가 아니라 기업활동의 자유에서 나온다고 강조하면서 소위 경제민주화의 허구성을 통박했다. 대선 앞에 보수 정당으로서 정체성을 잃어가는 새누리당에서 그래도 김 지사 같이 원칙에 충직한 후보를 볼 수 있어 다행이다.

헌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정부의 경제 개입을 정당화하고 큰 시장, 작은 정부가 아니라 작은 시장, 큰 정부를 만들어 결과적 평등으로 가자는 게 경제민주화다. 새누리당이 이런 경제민주화 깃발을 높이 들고 시장과 기업을 공격하며 자신의 가치를 부정하느라 여념이 없다. 서민생활이 어려운 것이 대기업 때문이라며 기업 이익을 빼앗고 부자증세를 해서 공짜로 돈을 나눠주겠다고 한다. 재벌을 타도하겠다며 출자총액제, 순환출자 금지 같은 과거의 유물을 다시 장롱 깊숙한 곳에서 꺼내 부활시키려 든다. 박근혜 후보조차 신규 순환출자를 막아 대기업들의 지배구조를 깨겠다고 하는 마당이다. 기업 대신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고, 고용을 통해 성장하면 된다는 기발한 주장들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그렇지만 기존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려면 당장 수십조원의 막대한 돈이 들어가고, 정부의 실패라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에는 아무도 말이 없다. 나라를 1 대 99로 쪼개서 점령한 다음에 복수하겠다는 야당의 시나리오를 보는 듯하다. 민주당에서 자기들 공약을 베끼지말라며 새누리당을 공격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대선용으로 이런 주장을 할 뿐, 선거가 끝난 뒤엔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란 관측도 한다. 그러나 그런 꼼수는 3류 정치공학이며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대선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보수세력은 궤멸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