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광석을 깎아낸 듯한 견고함과 신비로운 색상을 담아내려고 했습니다. 그 디자인을 실현해내기까지 1년이란 시간이 걸렸어요.”
20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만난 삼성전자 IT솔루션산업부 디자인그룹의 윤상원 수석(44)과 홍정환(36), 김청하 책임디자이너(36)는 “12.9㎜라는 얇은 두께 안에 곡선형의 마감을 만들어내기가 제일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삼성전자가 지난 2월 발표한 노트북 ‘뉴시리즈9’의 디자인을 맡았다. 뉴시리즈9은 3, 5, 7, 9로 이뤄진 삼성전자의 노트북 라인업 가운데 가장 위쪽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우리도 이 정도 성능과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자랑하는 제품인 셈이다. 발표 이후 성능뿐 아니라 디자인으로도 호평을 받았다. 올 판매 목표는 50만대로 잡고 있다.
이들은 ‘우주의 원석’을 뉴시리즈9 디자인의 컨셉트로 잡았다. 타사 제품과 차별점을 둔 것은 ‘곡선’이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노트북 모서리는 사각 처리돼 있다. 하지만 뉴시리즈9은 힌지(노트북 판의 접합부분)부터 노트북 끝부분까지 날렵한 곡선으로 처리됐다. 끝부분으로 갈수록 두께가 얇아보이는 시각적 효과도 적용했다. 윤 수석은 “힌지, LCD, 패널, 키보드, 배터리, 스피커 등 모든 부품이란 부품은 다 새로 만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홍 책임디자이너는 “디자인팀이 직접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회로 등을 공부하고 부품의 나열 방법까지 고안해 개발팀을 찾아갔다”고 설명했다.
개발팀과 의견차가 제일 컸던 것은 배터리 문제. 김 책임디자이너는 “노트북에서 배터리가 오래가는 건 중요한 문제”라며 “‘깍두기 모양’이라면 배터리가 꽉 차기 때문에 용량을 확보할 수 있는데 그럴 수 없어 어려움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결국 두 팀은 배터리를 곡선으로 만들고 두께를 높여 합의점을 찾았다.
빛의 각도에 따라 검은색과 푸른색이 보이는 ‘미네랄 애시 블랙’ 색상을 적용한 것도 디자인팀의 작품이다. 애초 최지성 부회장은 “은색으로 만들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디자인팀은 “혁신적으로 얇은 두께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선 측면을 은색으로 하되, 판은 검은색 계열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고 결국 신규 컬러칩을 개발, 적용했다. 홍 책임디자이너는 “오차가 조금만 생겨도 블루블랙 색상이 표현되지 않아 개발 단계부터 지금까지 공장이나 매장에 진열된 제품을 점검해 색상에 문제가 있으면 담당 부서에 알렸다”며 “덕분에 ‘홍 형사’ ‘김 형사’라는 별명이 생겼다”며 웃었다.
힌지 부분에서 끝으로 갈수록 얇아지는 디자인이 애플의 맥북에어의 디자인을 차용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전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윤 수석은 “타사 제품들과 삼성 뉴시리즈9의 디자인이 다른 점은 심미적 아름다움을 추구하지만 동시에 사용자를 배려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홍 책임디자이너는 “반짝임을 위해 유광 LCD를 쓰는 회사가 많지만 우리는 야외에서 제품을 사용했을 때를 고려해 무광 LCD를 적용했다”며 “손에 들고 다니는 제품이라는 점을 감안해 힌지 부분을 쉽게 잡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고 자랑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