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운명을 가를 프랑스 대통령선거 결선 투표와 그리스 총선거가 6일 열린다. 프랑스 대선에선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의 승리가 유력하다.

선거 막판인 3일(현지시간) 중도우파인 프랑수아 바이루 후보가 좌파인 올랑드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대세가 굳어지는 모습이다. 올랑드와 맞붙는 집권 대중운동연합 후보 니콜라 사르코지 현 대통령은 막판 추격을 노렸으나 온갖 악재 속에 힘을 잃고 있다.

이에 따라 프랑스는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 퇴임 이후 17년 만에 좌파 정권 수립을 눈앞에 두게 됐다.
같은 날 치러지는 그리스 총선에서는 긴축을 지지하는 신민주당과 사회당 연합정부가 과반 의석을 차지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세력이 지지를 얻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독일이 이끄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긴축정책 기조도 흔들릴 전망이다.


◆프랑스 “올랑드 당선 기정사실”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탈락한 바이루 민주운동 후보는 이날 사르코지 대통령의 이민규제 강화 공약에 반대하면서 “올랑드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바이루는 1차 투표에서 9.13%의 지지로 5위를 차지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을 5~10%포인트 앞서고 있는 올랑드 후보가 원군을 얻은 셈이다. 현지 언론들은 “이변이 없는 한 올랑드가 당선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르코지 측에는 악재가 겹치고 있다. 알바그다디 알리 알마무디 전 리비아 총리가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원수가 2007년 사르코지에게 대선자금을 준 것은 사실”이라고 폭로했다. 도미니크 레이니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교수는 “1차 투표 때 극우 성향인 마린 르펜을 지지한 유권자들도 비슷한 긴축 반대 경제정책을 내세운 올랑드에게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파 부동층을 결집해 역전을 노리던 사르코지의 당선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그리스는 나치당이 원내 입성 유력

300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그리스 총선에서는 신민주당과 사회당 연정이 가까스로 과반을 차지할 것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연정은 공무원 감축, 임금 삭감 등 긴축정책을 추진하면서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혼란스러운 정국을 틈타 급진적인 정당들도 원내 입성을 노리고 있다. 신나치 계열의 황금새벽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5.2%의 지지율을 기록해 8~9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구제금융 재협상을 주장하는 급진좌파연합(시르자)과 공산당도 원내 진출 하한선인 3% 이상을 득표할 것으로 점쳐졌다. 현지 언론은 이번 총선에서 8~10개 당이 원내 진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럽 정국 ‘안갯속으로’

유럽 제2의 경제대국인 프랑스에 좌파 정권이 들어서게 되면 독일 중심의 유로존 긴축경제 기조도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독일과 유럽연합(EU) 고위 관료의 발언을 인용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한 직후 면담을 갖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올랑드의 당선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다. 한 프랑스 관료는 “두 정상이 긴축에 대한 상반된 입장을 조율하지 못하면 유로존은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는 정당들의 합종연횡 여부가 관심이다. 긴축에 반대하는 시르자와 공산당 등이 의회에 진출한 뒤 연합하면 신민·사회당 연정의 경제개혁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합종연횡 결과에 따라 정국이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