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논의는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됐다. 교사와 학생들이 보다 좋은 교과서를 사용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정보사회의 도래에 따라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와 학습자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해야 하는 교육적 필요 그리고 최근 확산되고 있는 종이책에서 이북(e-book)으로의 변화 등에서 디지털교과서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디지털교과서는 단순히 서책으로 된 교과서를 디지털로 변환하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 교육을 위한 핵심 대안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디지털교과서 정책은 2007년 ‘디지털교과서 상용화 추진계획’에 따라 본격적으로 추진되다가 지난해 발표한 ‘스마트교육 추진 전략’을 통해 디지털교과서의 본격 적용이 다시 한 번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이 발표에 따르면 2014년부터는 법적 지위를 갖춘 디지털교과서가 서책 교과서와 병행하여 학교 현장에서 쓰이게 될 예정이다.
◆디지털교과서 시대, 서막이 열리다
많은 의구심을 낳았던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의 스마트교육 사업이 본격 궤도에 들어섰다. 교과부가 국내외 콘텐츠 제작 기업 및 공공기관으로부터 교육용 콘텐츠를 기부 받아 스마트 교육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 교과부는 지난 16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올해 ‘2012 대한민국 교육기부박람회’ 행사장에서 이주호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콘텐츠 제작 기업·기관 및 교육기업과 ‘교육기부 MOU’를 체결했다.
이번 교육기부박람회를 계기로 스마트교육을 위한 교육기부가 처음으로 시작됐다. 이번 협약을 통해 글로벌기업과 국내 기업, 그리고 교육기업 등이 참여해 향후 우수한 인적 자원 및 디지털 교육정보를 활용해 스마트교육 활성화와 확산에 기여할 예정이다. 교육기부 협약을 한 콘텐츠 제작 기업 및 기관은 시공미디어, KBS미디어, 아리랑 국제방송, 특허청, 한국콘텐츠진흥원등 5개 기관이다.
시공미디어의 경우 자사가 가진 교과서 및 디지털교과서 연계 콘텐츠 52만 건을 기부하며 여기에는 학년별·교과별 디지털 영상 및 사진 자료 등이 포함돼 있다.
KBS미디어는 자사 제작 1만분 분량의 영상을 기부한다. 창의·인성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방송 영상 위주로 기부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아리랑 국제방송은 영어수업 활용 콘텐츠 300편을, 공공기관인 특허청과 한국콘텐츠진흥원 역시 보유한 교육영상 및 한국문화관련콘텐츠를 기부하기로 했다.
◆왜 디지털교과서인가?
올해 초, 미국의 애플사는 아이패드에서 구현되는 디지털교과서 플랫폼인 ‘아이북스2’를 공개하고, 교육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애플은 피어슨·맥그로힐·휴튼미플린하코트 등 미국 교과서 시장의 90%를 점유하는 출판사들과 제휴했다고 밝히며 2020년까지 미국 고등학교의 50%가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할 것이라 자신했다.
이제 전 세계 교육계의 추세는 디지털교과서로 기울어졌다. 그렇다면 왜 디지털교과서가 미래의 대안으로 주목받게 된 것일까? 현재의 서책형 교과서는 수동적 지식 전달 구조로 인해 새로운 세대의 학습 특성과 정보화 시대의 필요를 반영하지 못하는 평면적 교과서로 지적 받아온 지 오래다. 이와 더불어 이러닝(e-learning)과 같은 다양한 교육 방법의 등장 및 책보다 디지털 매체에 더 익숙하게 된 학습자 특성의 변화가 교과서에 대한 변화의 요구를 가중시키고 있다.
디지털교과서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좋은 교과서’로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풍부한 자료와 정보를 디지털로 통합했으며, 나아가 이 자료를 주기적으로 갱신할 수도 있다. 그리고 학습자에게 다양한 학습 활동을 촉진하는 디지털 학습도구가 제공되는 교과서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학습자 개개인에 대한 수준별 교육이 강조되고 있는 현실에서 각자의 수준이 고려된 내용 구성이 가능하다는 것 또한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디지털교과서의 가능성은 현재로서 무한대일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종이교과서와는 달리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 학습에 필요한 내용을 제한 없이 담을 수 있으며, 학습자들이 참고서나 문제집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분석이다.
◆디지털교과서 문제점은 없나?
많은 장점들이 전망되는 가운데 디지털교과서 활용으로 인터넷이나 게임중독, 음란물 접근 가능성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사회적 혹은 심리적 문제와 함께 시력저하와 어깨·손목 등의 근골격 저하와 같은 신체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하지만 디지털교과서의 활용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하여 수행한 연구결과 우려할 만한 수치는 아니며 안증상과 근골격계 증상과 관련해서도 서책형 교과서를 사용하는 집단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 연구 결과를 일반화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추후 디지털교과서 활용에 따른 건강문제는 지속적인 관찰과 실험을 통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역기능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는 앞으로 도래할 디지털교과서 시대의 선결 과제다.
◆디지털교과서, 과연 꿈의 교과서 될까?
2015년부터 초·중·고등학교 학생은 디지털교과서가 마련된 교실로 이동하거나 개인 기기를 이용해 수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교과부 관계자는 디지털교과서가 “학생들의 무거운 책가방을 해소하고, 학부모들에게는 학습지와 참고서를 별도로 구입하는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디지털교과서에 대해 “기존 교과 내용에 더해 학습참고서, 문제집, 학습사전, 공책, 멀티미디어 자료 등의 기능을 더한 미래형 교과서”라고 정의한 바 있다. PC, 스마트패드, 스마트TV 등 모든 단말기에서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개인별로 효과적 학습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디지털교과서는 이북의 확산과 태블릿PC의 보급 확대에 따라 점점 더 현실화될 것이다. 이제 디지털교과서가 종이를 대신해 지식을 저장하고 후세에 전달하는 중심매체로 우뚝 설 날이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