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억만장자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는 “그리스가 긴축안을 받아들이더라도 유럽 재정위기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소로스는 지난 11일 미국 CNN방송에 출연해 “유럽연합(EU)은 심각한 재정적자 상태인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잃어버린 10년’(a lost decade)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며 “일본이 과거 부동산시장 거품 붕괴와 금융위기로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이후 지금까지 25년간 ‘제로(0)’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럽도) 10년 이상 침체가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리스 재정위기에 대해 “긴축안이 앞으로 6개월 정도의 위기를 막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소용없을 것” 이라며 “앞으로 (그리스는) 유럽의 성가신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그리스 의회가 12일(현지시간) 자정께 긴축안 표결을 실시해 비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그리스 일부 정당과 국민들 사이에서 긴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이 있지만 표결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긴축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그리스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으로부터 2차 구제금융을 받을 수 없고 다음달 20일 만기로 돌아오는 145억 유로(21조5000억 원)의 채권도 갚지 못한다.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루카스 파파데모스 그리스 총리는 의회에서 “긴축안이 비준되지 못할 경우 그리스는 ‘그라운드 제로’의 대혼란을 맞을 것”이라며 긴축안 비준을 호소했다. 앞서 지난 9일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그리스에 1300억 유로(191조5900억 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3억2500만 유로의 추가 긴축과 의회 비준 등을 제시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