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식품공업의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2일 오전 충북 충주시 목행동 서울식품공업 2층 강당. 감사 선임 안건이 상정되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회사 측은 정상춘 현 비상근 감사(남상실업 대표)의 재선임을 내세웠다. 반면 2대 주주인 성이경 씨(지분율 5.93%, 작년 9월 말 기준)는 임정수 법무법인 충정 변호사를 감사후보로 추천했다. 표 대결 결과 회사 측이 추천한 정 감사가 75%의 득표율로 감사로 재선임됐다. 결국 주주 제안은 실현되지 못했다.

◆2대 주주의 주주 제안 ‘불발’

서울식품 슈퍼개미 '감사 표대결' 완패
‘슈퍼개미’로 불리는 성씨는 이날 서울식품 주총에서 회사와 다른 감사후보를 추천했다. 성씨는 “주요 주주로서 현 경영진의 독단적인 부실경영을 감시하기 위해 감사 선임에 대한 주주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소액주주와 뜻을 모았지만 득표율은 25%에 그쳤다. 성씨는 2008년에는 경대현 씨와 주식을 공동 보유하면서 서울식품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기도 했다.

주총 안건에는 상정되지 않았으나 일부 소액주주들은 각종 카페를 통해 서울식품의 경영권 교체 요구를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현 경영진에 반기를 든 이유는 부실경영에 따른 주가 부진 때문이다. 서성훈 서울식품 대표가 2001년 취임한 이후 계속 적자를 내고 있고, 주가가 액면가(2500원)를 밑돌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서울식품 관계자는 “작년 4분기 흑자로 전환하는 등 실적이 호전되고 있는데도 일부 주주들이 법적 소송 등으로 경영에 차질을 주고 있다”며 “최대주주에 대한 우호 지분이 상당해 감사 선임에서 압도적인 표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서 대표로 11.76%(155만4174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하면 총 15.52%에 이른다.

◆남양유업, 휴스틸도 주주 제안

신세계와 이마트, 한국전력 등도 이날 주총을 열었다. 12월 결산법인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적으로 개막됐다고 할 수 있다. 기업들은 주총에서 회사 이름을 바꾸거나 사업목적을 변경하는 안건에 대해 의결할 예정이다. 예년처럼 회사의 의도대로 상정 안건이 무난히 처리될 전망이다.

신세계는 이날 평생교육과 학원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등 원안대로 20여분 만에 모든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마트도 학원업과 환전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안건과 이사보수 한도액 승인 등 3건의 안을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올 주총에서 주목되는 것은 소액주주들의 주주 제안이 실현될지 여부다. 일부 회사의 소액주주는 감사 선임, 배당금, 정관 변경 등에 대한 주주 제안을 내놓고 있다. 오는 13일 열리는 남양유업 주총에서는 ‘장하성 펀드’로 불리는 라자드 한국기업 지배구조 개선펀드가 배당금 증액과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을 제안했다. 회사 측은 보통주 1000원, 우선주 1050원을 제시했으나 장하성 펀드는 보통주 2만500원, 우선주 2만5050원을 제안한 상태다. 23일 열릴 예정인 휴스틸 주총에는 현금배당, 중간배당 등의 주주 제안 안건이 발의됐다. 하지만 서울식품에서 보듯 주주 제안이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