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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파고 낮아진 유럽

美 주택지표 호전ㆍECB 4900억유로 방출…경기회복 '착시' 우려도

독일 경기신뢰지수 상승
스페인 대규모 국채발행 성공
신용강등 먹구름은 계속
악화일로로 치닫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 20일 반짝 햇살이 비쳤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재정위기국의 국채 금리가 안정되고, 독일 기업의 경기신뢰지수도 예상 밖으로 개선됐다.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 역시 다시 강세로 돌아섰다. 이를 두고 “유럽 위기가 최악의 국면을 지났다”는 낙관론과 연말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경기 호전 기대심리에 따른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산타의 선물’ 기대해도 되나

최근 크게 출렁였던 글로벌 금융시장은 20일 오랜만에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자금난에 처한 유럽 은행들에 3년 만기로 무제한 유동성 공급에 나선 영향이 컸다.

ECB는 21일 유럽 은행들을 대상으로 3년 만기 장기대출 신청 접수를 마감했다. 이번 대출 규모는 4892억유로로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때 수준인 4420억유로를 웃돌았다. ECB가 유럽 은행들에 달러 자금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기로 하면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은행들은 당장 큰 고비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ECB는 523개 은행이 대출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애널리사 피아자 뉴에지그룹 애널리스트는 “이번 조치는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며 “자금난을 겪고 있는 유럽 은행들에 상당한 유동성을 공급했다”고 분석했다.

유로존 경제엔진인 독일도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독일 Ifo경제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12월 독일 기업의 경기신뢰지수는 107.2로 2개월 연속 상승했다. 한스 베르너 진 Ifo경제연구소장은 “유럽 경제 둔화 위험에 독일은 거의 상처를 입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 덕에 20일 스페인은 56억4000만유로 규모 국채 발행에 성공했다. 특히 3개월물 스페인 국채의 발행금리가 1.74%로 지난달 5.11%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6개월물 발행금리도 2.44%로 전월(5.23%)의 절반 이하로 안정됐다. FT는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크리스마스 트리의 장식처럼 반짝이는 밝은 결말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본격적인 위기는 이제 시작

재정위기의 주요 분기점마다 고춧가루를 뿌린 신용평가사들은 이날도 딴죽을 걸고 나섰다. 무디스는 “영국은 재정위기에 면역을 갖추지 못했고 프랑스보다 상황이 나쁘다”며 영국의 ‘AAA’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재정적자 규모가 크고 경제성장세가 미약한 점을 이유로 꼽았다.

프랑스 역시 신용 강등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피에르 주예 프랑스 금융시장감독원장은 “프랑스가 최고 신용등급을 유지하는 것은 기적이나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프랑스 정부가 신용등급을 지키기 위해 내년 국채 발행 규모를 1820억유로에서 1779억유로로 줄였다”고 보도했다.

피치는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유니크레디트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뒤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의 19개 은행에 대해서도 등급 하향 가능성을 경고했다. 동유럽의 뇌관인 헝가리와 국제통화기금(IMF) 간 구제금융 지원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운용사인 핌코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 최고경영자(CEO)는 “유로존이 붕괴될 확률은 33%, 축소될 확률은 50% 이상”이라며 “세계경제 시스템이 갑자기 멈춰서는 2008년과 맞먹는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연합(EU)은 내년 3월 초로 예정됐던 EU 정상회의를 다음달 말로 앞당기기로 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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