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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가세 10%' 표기를 정부는 왜 숨기려고 하나

내년부터 레스토랑 등의 메뉴판에서 ‘부가가치세(10%) 별도’ 라는 문구가 사라질 전망이다. 정부가 물가장관회의에서 “내년 7월부터 외식업체나 호텔, 이동통신 등의 개인서비스 요금표시는 부가가치세와 봉사료를 합한 금액을 써야 한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런 결정은 ‘부가세 별도’라는 가격표시가 가격을 실제보다 낮게 표시하고 편법으로 요금을 올리는 수단으로 이용돼왔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박재완 기재부 장관은 “이런 관행이 소비자의 불합리한 선택을 초래하는데다, 최근엔 일부 소형 음식점까지 ‘부가세 별도’ 표시를 편법 가격인상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마도 1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다시 4%를 넘어서는 등 물가 오름세가 진정되지 않자 정부가 내놓은 고육책일 것이다. 물론 물가를 잡기 위한 이렇다 할 수단이 없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가격표시 방법 변화가 과연 얼마나 편법적인 가격 인상을 줄이고 물가안정에 기여할지는 극히 의문이다. ‘부가세 별도’ 식으로 가격표시를 하는 것은 대부분 고급 레스토랑, 호텔 등 상대적으로 고가의 물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이라고 봐야한다. 이들의 가격표시 방법에 현혹돼 충동 구매 등 불합리한 선택을 하는 고객은 실제로 많지 않다. 그런데도 정부가 가격표시제 변경을 들고 나온 것은 물가상승 책임을 어떻게든 사업자들에게 전가하려는 의도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문마저 든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지불하는 가격에 얼마의 세금이 포함돼 있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어떻게 보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그걸 알아야 세금이 얼마나 무서운 줄도 안다. 굳이 가격표시 방법을 바꾼다면 ‘부가세 별도’를 없앨 것이 아니라 가격표시에 ‘000원의 부가세 포함’이라는 문구를 병기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그래야 국가가 내 돈을 얼마나 걷어가는지 더 잘 알 수 있다. 정부는 왜 세금을 숨기려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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