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03P 추락…환율 46원 급등락
'마지막 보루' 채권시장 흔들릴까 촉각
주가와 환율만 들여다보면 영락없는 '금융위기'다. 코스피지수는 하루 하락폭이 100포인트를 넘었고 원 · 달러 환율은 변동폭이 46원에 달했다. 그나마 버티고 있는 곳은 채권시장이다. 외국인이 채권에서마저 대거 매도세로 돌아설 경우 금리가 뛰어 기업과 가계의 이자 부담이 급증,새로운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이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23일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지수가 103포인트(5.73%) 폭락했다. '블랙 프라이데이(검은 금요일)'였다. 원 · 달러 환율은 춤을 췄다. 뉴욕 외환시장의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환율이 장중 한때 1220원까지 뛰어 이날 환율 폭등을 예고했다. 하지만 정부가 여섯 차례 대규모 시장 개입에 나선 끝에 13원80전을 끌어내렸다. 환율은 1166원에 마감했다.
주가 폭락은 개장 전부터 예견됐다. 전날(현지시간)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증시가 4~5% 이상 빠졌다. 미국 다우지수도 3.5%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주가와 환율의 최근 움직임이 2008년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를 연상케 할 정도로 변동성이 커졌다고 말한다. 정부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 여건)은 문제 없다"고 강조하지만 시장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외국인은 지난달 이후 이날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7조224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환율은 최근 하루에 20~30원씩 뛰고 있다.
그나마 채권시장이 2008년과 달리 안정돼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하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외국인 자금 이탈로 채권금리가 뛰고 이에 연동하는 코픽스 금리마저 오르면 가계 이자 부담이 커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시장마저 무너지면 대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경고다. 2008년 9월 말 676조원이던 가계부채 잔액은 지난 6월 말 876조3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채권시장에선 유럽계 자금이 지난달 이후 2조2400억원 빠져나갔지만 외국인 전체로는 2900억원가량 순유입됐다.
서철수 대우증권 채권운용부 차장은 "한국 채권을 가장 많이 들고 있는 템플턴펀드와 접촉했는데 시장을 좋게 보고 있었다"며 "외국인이 한국 채권을 대거 처분하고 떠날 가능성은 아직은 낮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