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훈 사장 해임 대신 직무정지 추진
노조·정치권도 변수…타협 가능성 제기
신한은행이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검찰에 고소하면서 촉발된 내홍사태는 이번 주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이 행장이 재일교포 주주들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변수다. 이 작업이 여의치 않을 경우 해임안을 처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일부에서는 사외이사들과 노조의 반응이 심상치 않은 데다 '자칫하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어 타협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사외이사 설득작업 만만치 않아
이 행장은 지난 3일 오사카에서 열린 재일교포 주주모임에 참석하려 했으나 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은행 측 입장을 전달했으나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주주모임은 오히려 '검찰 수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신 사장 해임안을 처리하는 데 반대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재일교포 사외이사 4명도 여기에 동의했다.
이 행장은 6일엔 도쿄로 떠나 이곳에 거주하는 사외이사 2명 등 주주들을 만날 예정이다. 재일교포 주주들이 창업자인 만큼 이들의 의사는 지분율(17%) 이상의 무게를 갖고 있어서다.
신한금융 고위관계자는 5일 "이날까지 이사회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며 "일단 이사회를 열어 배경을 설명한 뒤 해임안 또는 직무정지안 상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이 해임안 상정을 거부하면 검찰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신 사장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재일교포뿐만 아니다. 사외이사들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신한금융 관계자들은 그동안 사외이사들을 설득했지만 딱 떨어지는 답을 얻어내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한 사외이사는 "갑작스럽게 발생한 일이라 아직 잘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극적인 타협 위한 중재" 목소리도
신한금융 주위에서는 신 사장과 이 행장이 타협하도록 중재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주주 직원 고객 모두 현재와 같은 극단적인 대립 상황을 원하지 않는 데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어서다. 이들은 결국 결단을 내릴 사람은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라 회장을 설득하기로 했다. 한 관계자는 "원로들 사이에서 원만한 타협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은행이 신 사장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는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소를 취하하더라도 검찰 수사는 계속될 전망이어서 사태의 완전한 종결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 직원 정치권 움직임도 변수
노조와 직원들의 움직임도 중요한 변수다. 이 행장은 4일 김국환 노조위원장을 만나 사건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검찰 고소의 절차와 방법이 잘못됐다"며 "신 사장 해임을 위한 이사회를 개최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 행장은 이에 대해 "해임안을 상정한다고 말한 적 없다"고 말해 한 발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노조는 6일 라 회장을 면담한 뒤 노조의 입장을 정리한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노조 외에 지점장 등 중견간부들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이들이 별도의 입장을 발표할 경우 상황 전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치권의 움직임도 변수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이르면 7일 라 회장의 차명계좌 의혹 등을 포함해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신 사장이 라 회장 차명계좌 사건을 제보했다고 하는데 나는 신 사장 얼굴도 모른다"며 "영포라인(영일 · 포항출신 인사들을 통칭)이 KB금융 회장에 이어 신한금융마저 장악하려고 하는 의도에 대해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정재형/민지혜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