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前회장 CES 참관] "세계속 자기위치 쥐고 가야 21세기 견뎌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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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前회장의 '2010화두'
"삼성 신수종 사업 준비위해 나도 연구하고 R&D팀 공부해야"
경영복귀 질문엔 "아직 멀었다"
"삼성 신수종 사업 준비위해 나도 연구하고 R&D팀 공부해야"
경영복귀 질문엔 "아직 멀었다"
'CES 2010'을 찾은 이건희 전 회장의 마음속에는 두갈래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하나는 삼성의 글로벌 성장에 따른 자신감이었고,그럼에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위기의식을 떨칠 수 없다는 것이 나머지 하나였다.
1995년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 이후 15년 만에 라스베이거스 CES 2010 전시장에서 기자들과 가진 대화는 이 전 회장의 요즘 관심사를 폭넓게 보여줬다. 그는 정 · 재계의 공식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짤막한 문답으로 일관했던 예전과 달리 비교적 소상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최고의 자신감 표출
이 전 회장은 우선 "전자가 일본의 큰 전자회사 10개사를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내고 있다"며 최근 경영성과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중국의 추격에 대해서도 "(삼성을 따라잡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고 탄식했던 2007년 1월(전경련 회장단 회의 참석차) 발언 때와 비교하면 톤이 많이 달라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삼성이 일본을 따라잡았다"는 식의 보도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일본기업들에 대한 태생적인 공포감이 상당 부분 불식됐다는 게 삼성 관계자들의 평이다.
◆미래는 여전히 불안
하지만 이 전 회장은 10년 후를 내다보는 회사의 신수종 사업준비가 잘 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위기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턱도 없다. 아직 멀었다. 10년이 얼마나 긴 세월이냐"고 반문하며 "10년 전에는 삼성이 지금의 5분의 1 크기에 구멍가게 같았고 (지금 삼성이) 까딱 잘못하면 (나중에 다시) 그렇게 된다"고 했다. 역설적으로 삼성의 비약적인 성장이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지금은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나도 부담이고 직원들도 부담"이라고 말한 것.앞으로 중점을 둘 분야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그런 건 나도 모른다. 나도 연구하고 각사의 R&D 팀도 공부를 하고….그래도 몇 년이 걸려야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 같은 발언은 2002년 4월 전자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5년,10년 뒤에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가를 생각하면 등에서 식은 땀이 난다"고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날렸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동시에 자신이 2008년 4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휴대폰과 디스플레이의 뒤를 잇는 미래 신수종 사업 발굴과 육성이 여의치 않았다는 불만감의 표출로도 받아들여진다. 삼성은 지난해 말 사장단 인사를 통해 김순택 전 SDI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전자의 신사업추진단장으로 임명했다.
◆경영 조기 복귀는 불투명
이 전 회장은 또 21세기 한국에 새로운 화두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고선 "기업뿐만 아니라 교육 문화 모든 분야에서 항상 국내에서의 자기 위치,세계 속 자기 위치를 쥐고 가야 변화무쌍한 21세기를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들 정신 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7년 3월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투명사회협약 대국민보고대회의에 참석하기 직전,기자들에게 했던 얘기와 비슷한 맥락이다. 당시 그는 "삼성은 물론 우리나라 전체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5~6년 뒤에 큰 혼란을 맞이할 것"이라고 했었다.
이 전 회장은 하지만 보다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대해선 "상상에 맡기겠다"고 받아넘겼다. 경영복귀 시점을 묻는 질문에 "아직 멀었다"고 답한 것은 아직 홀가분하지 않다는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
1995년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 이후 15년 만에 라스베이거스 CES 2010 전시장에서 기자들과 가진 대화는 이 전 회장의 요즘 관심사를 폭넓게 보여줬다. 그는 정 · 재계의 공식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짤막한 문답으로 일관했던 예전과 달리 비교적 소상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최고의 자신감 표출
이 전 회장은 우선 "전자가 일본의 큰 전자회사 10개사를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내고 있다"며 최근 경영성과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중국의 추격에 대해서도 "(삼성을 따라잡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고 탄식했던 2007년 1월(전경련 회장단 회의 참석차) 발언 때와 비교하면 톤이 많이 달라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삼성이 일본을 따라잡았다"는 식의 보도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일본기업들에 대한 태생적인 공포감이 상당 부분 불식됐다는 게 삼성 관계자들의 평이다.
◆미래는 여전히 불안
하지만 이 전 회장은 10년 후를 내다보는 회사의 신수종 사업준비가 잘 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위기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턱도 없다. 아직 멀었다. 10년이 얼마나 긴 세월이냐"고 반문하며 "10년 전에는 삼성이 지금의 5분의 1 크기에 구멍가게 같았고 (지금 삼성이) 까딱 잘못하면 (나중에 다시) 그렇게 된다"고 했다. 역설적으로 삼성의 비약적인 성장이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지금은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나도 부담이고 직원들도 부담"이라고 말한 것.앞으로 중점을 둘 분야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그런 건 나도 모른다. 나도 연구하고 각사의 R&D 팀도 공부를 하고….그래도 몇 년이 걸려야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 같은 발언은 2002년 4월 전자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5년,10년 뒤에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가를 생각하면 등에서 식은 땀이 난다"고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날렸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동시에 자신이 2008년 4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휴대폰과 디스플레이의 뒤를 잇는 미래 신수종 사업 발굴과 육성이 여의치 않았다는 불만감의 표출로도 받아들여진다. 삼성은 지난해 말 사장단 인사를 통해 김순택 전 SDI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전자의 신사업추진단장으로 임명했다.
◆경영 조기 복귀는 불투명
이 전 회장은 또 21세기 한국에 새로운 화두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고선 "기업뿐만 아니라 교육 문화 모든 분야에서 항상 국내에서의 자기 위치,세계 속 자기 위치를 쥐고 가야 변화무쌍한 21세기를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들 정신 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7년 3월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투명사회협약 대국민보고대회의에 참석하기 직전,기자들에게 했던 얘기와 비슷한 맥락이다. 당시 그는 "삼성은 물론 우리나라 전체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5~6년 뒤에 큰 혼란을 맞이할 것"이라고 했었다.
이 전 회장은 하지만 보다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대해선 "상상에 맡기겠다"고 받아넘겼다. 경영복귀 시점을 묻는 질문에 "아직 멀었다"고 답한 것은 아직 홀가분하지 않다는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