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오바마 방한이 남긴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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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비준 국내반발 넘어서야
협조 통한 양국이익 증대 강조하길
협조 통한 양국이익 증대 강조하길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시간 남짓 한국에 머물고 떠났다. 중국에서처럼 대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문화체험을 할 시간도 없었다. 그러나 중국에서보다 짧은 시간을 체류했다는 사실에 섭섭하거나 홀대를 당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우리가 미국에 의존적이거나 우리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없지는 않다. 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외적 요소가 아니라 한국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를 만들었는가의 여부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은 몇 가지 중요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당선 당시에 정치권에서는 마이너리티 대통령들이다.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 자신의 능력보다는 선거구조가 결정적으로 유리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야당뿐만 아니라 당내의 갈등 속에서 리더십을 구축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또한 두 대통령 모두 정치운명이 걸려있는 현안에 봉착해 있다. 미국의 의료보험 개혁과 한국의 세종시 및 4대강 개발문제 등은 실패냐 성공이냐에 따라 향후 대통령 리더십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들이다. 마지막으로 두 대통령 모두 기존정치와 차별화하려는 변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들에게 새로운 차원의 정치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중압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성과의 범주는 애초부터 명백하게 드러난다. 취임 초반보다 훨씬 낮은 지지도의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을 통해 미국의 리더십을 다지는 기회로 이용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그렇지만 이전 부시 대통령식의 일방적 외교와는 차별적으로 갈등은 뒤로 미루고 상호 협력할 수 있는 사안을 강조해 우선 신뢰를 쌓는 방식을 택했다. 따라서 한국에서도 이해가 엇갈리는 한 · 미FTA 비준문제보다 북한의 핵문제 해결이라는 협력이 강조되는 문제를 의제의 중심에 둠으로써 양국 대통령은 외교문제로 인한 정치적 부담을 덜게 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외교정책은 각국의 국내 정치상황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특히 고유한 외교정책 분야를 넘어선 한 · 미FTA를 다룰 때 단지 미국 행정부만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의회를 중심으로 하는 미국 내 여론을 환기시킬 수 있도록 접근채널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이후 양국 대통령이 한 · 미FTA의 국내적 반발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내년 중간선거를 의식하는 오바마 대통령은 가급적 문제를 야기시키지 않으려 할 것이며,국내 정치상황을 고려해 미국에 유리하도록 협상조건의 변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이 자동차분야에서 재협상 의사가 있다는 발언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기본적으로 이미 끝난 협상에 대한 재협상을 국민들이 그리 탐탁지 않게 여길 것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이전 정부에서 정한 일을 자꾸 변경하는 것에 대해 불안함과 함께 불만스럽게 생각한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그랜드바겐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는 긍정적인 신호이지만,향후 구체적인 상황에서 양국이 반드시 같은 의견을 갖는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좀 더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세우고 미국의 지속적인 지지와 협력을 얻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과 중국의 변화한 위상을 실감했을 것이다. 미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다가는 또 다른 경쟁자를 만들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한국은 경쟁보다는 협조를 통해 미국과 함께 상호이익을 증대시킨다는 점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지속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이현우 < 서강대 교수·정치학 >
오바마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은 몇 가지 중요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당선 당시에 정치권에서는 마이너리티 대통령들이다.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 자신의 능력보다는 선거구조가 결정적으로 유리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야당뿐만 아니라 당내의 갈등 속에서 리더십을 구축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또한 두 대통령 모두 정치운명이 걸려있는 현안에 봉착해 있다. 미국의 의료보험 개혁과 한국의 세종시 및 4대강 개발문제 등은 실패냐 성공이냐에 따라 향후 대통령 리더십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들이다. 마지막으로 두 대통령 모두 기존정치와 차별화하려는 변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들에게 새로운 차원의 정치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중압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성과의 범주는 애초부터 명백하게 드러난다. 취임 초반보다 훨씬 낮은 지지도의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을 통해 미국의 리더십을 다지는 기회로 이용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그렇지만 이전 부시 대통령식의 일방적 외교와는 차별적으로 갈등은 뒤로 미루고 상호 협력할 수 있는 사안을 강조해 우선 신뢰를 쌓는 방식을 택했다. 따라서 한국에서도 이해가 엇갈리는 한 · 미FTA 비준문제보다 북한의 핵문제 해결이라는 협력이 강조되는 문제를 의제의 중심에 둠으로써 양국 대통령은 외교문제로 인한 정치적 부담을 덜게 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외교정책은 각국의 국내 정치상황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특히 고유한 외교정책 분야를 넘어선 한 · 미FTA를 다룰 때 단지 미국 행정부만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의회를 중심으로 하는 미국 내 여론을 환기시킬 수 있도록 접근채널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이후 양국 대통령이 한 · 미FTA의 국내적 반발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내년 중간선거를 의식하는 오바마 대통령은 가급적 문제를 야기시키지 않으려 할 것이며,국내 정치상황을 고려해 미국에 유리하도록 협상조건의 변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이 자동차분야에서 재협상 의사가 있다는 발언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기본적으로 이미 끝난 협상에 대한 재협상을 국민들이 그리 탐탁지 않게 여길 것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이전 정부에서 정한 일을 자꾸 변경하는 것에 대해 불안함과 함께 불만스럽게 생각한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그랜드바겐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는 긍정적인 신호이지만,향후 구체적인 상황에서 양국이 반드시 같은 의견을 갖는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좀 더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세우고 미국의 지속적인 지지와 협력을 얻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과 중국의 변화한 위상을 실감했을 것이다. 미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다가는 또 다른 경쟁자를 만들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한국은 경쟁보다는 협조를 통해 미국과 함께 상호이익을 증대시킨다는 점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지속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이현우 < 서강대 교수·정치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