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진짜 즐길줄 아는 '선수'들은 낮보다 밤에 더 바쁘다. 조명이 화려한 한강 잔디밭에서 산책을 하거나 야간개장한 경마장과 놀이공원을 찾는 올빼미족을 두고 하는 말이다. 춤추는 음악분수가 뿜어대는 물줄기는 바라만 봐도 시원하고,야간 산행도 생각보다 재미가 쏠쏠하다.

◆화려한 빛의 박물관,서울의 밤

반짝이는 서울의 불빛을 한껏 머금고 흐르는 한강의 야경은 올빼미족에게 최고의 선물이다. 가장 가까운 한강 다리 밑으로 가 보자.탁 트인 한강 위 색색의 조명을 바라보며 더위를 잊어본다. 땀이 나지 않을 만큼 욕심 부리지 않고 천천히 걷는 것도 방법.최근엔 돗자리를 깔고 휴대용 PC로 영화를 감상하는 커플과 야외 텐트족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보행자만을 위해 설계된 광진교도 야경을 감상하기 좋은데,광진교 하부 전망대는 바닥을 강화유리로 만들어 그 위에 서 있으면 물 위를 걷는 기분이 든다. 최근 문을 연 서울 한남대교 전망 쉼터인 '카페 레인보우'는 유람선을 타지 않고도 한강 속의 야경을 즐길 수 있다. 한강공원 양화지구의 선유도 공원에서 뿜어내는 분수와 무지개 다리의 조명도 볼 만하다. 남산 N서울타워에 가면 타워 자체도 LED 조명으로 색과 패턴이 시시각각 변하고,화려한 레이저 쇼도 볼 수 있다.

◆달빛 아래 홍학 춤추고, 말 달리고


"엄마,홍학 50마리가 똑같이 춤을 춰요. "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야간개장이 한창이다. '동물원 별밤축제'란 이름으로 매일 밤 10시까지 개장한다. 특히 한밤의 동물원 체험은 맹수의 야행성을 별빛 아래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다. 아기사자와 호랑이 등 아기동물들도 매일 밤 관람객 사이로 나들이 나온다. 축제기간에는 '홍학 군무 드림쇼''돌고래와 조련사의 수중쇼' 등 서울대공원의 인기 동물스타들이 총 출동하는 동물페스티벌과 통기타 가수들의 잔잔한 노랫소리가 울려퍼지는 '동물원 별밤음악회''동물원 마술쇼'도 펼쳐진다. 이달 말까지.(02)500-7338

여름 야간경마축제도 이달 16일까지 매주 금~일요일 밤마다 서울경마공원에서 열린다. 서울경마공원은 올해 '빛,음악,낭만이 가득한 KRA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행사 주제에 걸맞게 '야간조명행사'를 내세웠다. 입장료 800원으로 밤 10시까지 즐길 수 있는 한밤의 축제치곤 매우 화려하다. 관람객들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정문에는 가로 25m,세로 5m의 대형 LED 조명 패널에 약 40여가지의 패턴으로 진행되는 '그래픽아트 쇼'가 펼쳐진다. 고객전용통로에는 LED 조명 1000개,LED 은하수조명 2만개가 불을 밝힌다.

주말에는 가로 16m,세로 7m에 달하는 에어스크린에 돌비 음향시스템을 갖춘 야외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수도 있다. 아역배우 다코타 패닝의 열연으로 잘 알려진 미국의 경마영화 '드리머'(8일),야생마들의 역동적인 질주장면이 압권인 영화 '스피릿'(15일) 등 3편이 상영되며,영화 관람객에게는 음료와 팝콘도 무료로 제공된다. 여름경마축제 동안 솔밭정원 및 가족공원에서는 매일 오후 6시50분부터 8시45분까지 라이브공연도 펼쳐진다. 그날의 경주마 정보와 시간표는 www.kra.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02)1566-3333

◆춤추는 분수와 시원한 여름밤을

시원한 물가가 그립다면 조명과 물줄기가 어우러진 도심 속 분수를 찾아가보자.분수는 음악에 따라 물줄기가 자유롭게 바뀌는 음악분수와 아이들이 물놀이 하기 좋은 바닥분수가 인기다. 단,분수 가동시간이 각각 달라 미리 알아봐야 한다.

요즘은 반포 한강공원 달빛무지개 분수가 가장 인기다. 570m 반포대교 양쪽에 380개 노즐을 설치해 수중펌프로 끌어올린 한강물이 20m 아래 한강 수면으로 떨어진다. 밤에는 200개 조명으로 무지개 분수가 되는데 최장 교량 분수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됐다.

특히 달빛무지개 분수 근처 피크닉 광장에서는 8월 한 달간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강바람을 맞으며 즐기는 영화상영회를 연다. 프랑스 영화 '버터플라이'(8일),미국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15일),독일 애니메이션 '돼지코 아기공룡 임피의 모험'(22일),미국 뮤지컬 영화 '헤어 스프레이'(29)가 상영될 예정이다.

서울 신대방동 보라매공원에 있는 음악분수도 가볼 만하다. 100여곡의 음악에 맞춰 물줄기가 움직이는데,427개 조명이 만들어 내는 분위기가 로맨틱하다.

◆밤바람 맞으며 야간산행 해볼까

야간산행도 더위를 잊는데 기대 이상의 청량감을 준다. '꾼'이 아니더라도 요즘엔 퇴근 후 야간산행에 나서는 직장인들이 많다. 해가 어슴푸레 지는 오후 8시쯤 서울의 관악산,수락산,아차산 등을 찾으면 산 위에서 도시의 야경을 즐길 수 있고,산행이 끝나면 늦은 밤 대중교통으로 귀가할 수 있다.

코스는 3시간 안으로 잡는 게 좋고,능선이 있는 코스가 좋다.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려면 전망 포인트를 꼭 정해놓고 가야 한다. 계곡을 끼고 있는 코스를 택하면 길을 잃었을 때 물소리를 들으며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아무리 오르는 산을 잘 안다고 해도 나홀로 산행은 금물.긴옷과 머리띠형 랜턴도 챙기자.단,국립공원은 야간산행이 금지돼 있다. 서울에서는 북한산이 야간산행 금지구역.적발되면 벌금이 무려 50만원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볼만한 서울의분수 야경


▶반포한강공원 달빛무지개분수(반포대교)


반포대교 양쪽에 380개 노즐을 설치해 수중펌프로 끌어올린 한강물이 20m 아래 한강 수면으로 떨어짐.밤에는 200개의 조명으로 무지개 분수로 변신.최장 교량 분수로 기네스북에 등재.가동시간 오후 8시,8시40분,9시20분,10시(금~일요일)에 20분씩

보라매공원 음악분수(신대방동 보라매공원)

저장된 100여 곡의 음악에 맞춰 물줄기가 움직임.427개의 조명이 켜지는 밤에 특히 운치.가동시간 오후 7시,8시30분,9시10분에 30분씩

▶방학사계광장 분수(방학동 방학사계광장)

바닥분수 · 일반분수 · 계류가 함께 있어 계절별로 테마를 정해 운영.여름에는 바닥분수 가동.가동시간 오후 8~9시

▶어린이대공원 음악분수(서울 어린이 대공원)

동요 · 가요 등 35곡의 음악에 맞춰 물줄기가 자유자재로 뿜어져 나옴.가동시간 오후 8시,9시에 30분씩

▶피울공원 바닥분수(신내동 피울공원)

중랑구 주택가 지역의 작은 공원 내에 있는 분수.바닥에서 뿜어 올라오는 물줄기로 아이들이 놀기 좋음.가동시간 오후 8~9시

▶마들근린공원 바닥분수(상계동 마들근린공원)

분수 중앙에 길이 나 있어 분수 사이로 지나갈 수 있음.가동시간 오후 8~9시

▶하나물빛 분수(홍제동 454-1)

-특징:홍제 3동 내부순환도로 하부의 버려진 공간에 인공폭포 · 실개천 · 벽천 등을 만들었음.가동시간 오후 6~9시

▶썬앤문 분수광장(목동 919-1)

바닥분수와 실개울이 함께 있음.가동시간 실개울-오후 5~8시,바닥분수-오후 6~7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