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스와트 협곡 지역에 또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군이 탈레반의 근거지인 이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면서 양측 간 전면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군 대변인인 아타르 압바스 소장은 6일 "스와트의 에메랄드 광산 부근에서 35명,인근 부네르 지역에서 27명의 무장단체 대원을 사살했다"며 "이번 작전은 그들이 군과 정부 건물을 공격한 데 대한 대응 차원"이라고 밝혔다.

스와트 지역에서 전면전 가능성이 커지면서 수천명의 주민들이 탈출 러시를 벌이고 있다. 주민들은 버스나 트럭의 지붕까지 빽빽하게 올라타고 피난 행렬에 나서고 있지만 이동 수단이 부족해 일부는 걸어서 스와트 지역을 빠져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난민들은 인근 지역으로 흩어져 정부가 마련한 6곳의 임시 캠프에 머물고 있다. 현지 관리에 따르면 스와트 지역 거주자 150만명 중 최대 50만명가량이 피난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한 것은 탈레반의 세력 확장에 정부가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 2월 스와트 지역에서 2년간의 내전을 종식시키고 탈레반의 요구대로 이슬람 율법에 근거한 통치를 허락하는 평화중재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탈레반은 지난주 수도 이슬라마바드 인근 부네르 지역까지 세력을 확장하고 나서 정부를 위협했다. 이에 정부군은 공격적으로 대응하며 탈레반 민병대 100여명을 사살하며 부네르를 탈환한 데 이어 최근 스와트 지역의 중심지 밍고라까지 진격했다.

탈레반은 스와트 지역에 잘 훈련되고 중무장한 4000명 이상의 민병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군은 8000~1만명의 병력을 투입해 탈레반 소탕을 계획할 예정이지만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영국 BBC방송은 파키스탄 정부군의 공세 전환은 미국의 압력도 크게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리처드 홀부르크 미국 아프가니스탄 · 파키스탄 특별대표는 5일 "파키스탄의 지원과 참여 없이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을 축출하는 작전이 성공할 수 없다"며 "파키스탄은 국내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뿌리를 뽑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