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을 매달려 사는 건 너만이 아니다/줄타기하는 곡예사도 아닌데 우린 너처럼 그렇게 살아 왔다/밤에도 두 손을 놓지 못하고/푸른 하늘과 꽃들이 만발한 들판 위를 날아보지 못한 채/천년이 차면 불새가 되리라는 마녀의 거짓에 갇혀/새도 짐승도 되지 못한 채 그렇게 살고 있다/일생을 매달려 사는 건 네가 아닌 우리의 욕망이다. '('박쥐 인생' 중)

호주 최남단 타스마니아섬에서 2년여를 보낸 정원준 목사(멜버른우물교회)가 쓴 《호주에서 보내온 희망편지》의 한 대목이다.

크리스천 작가이기도 한 그는 10여년 동안의 청소부 생활,막노동,우유배달부 등 고단했던 삶의 흔적을 83편의 편지와 사진에 녹여 내며 새로운 꿈을 이야기한다. 스완 강을 노니는 백조와 흑조의 우화를 통해 진정한 용서의 힘,죽은 것 같은 고목의 끈질긴 생명력에서 삶의 희망을 일깨운다. 잔소리하듯 늘어놓는 뻔한 위로가 아니라 일상과 자연에서 끌어 낸 깨달음이어서 더욱 공감이 간다.

편지마다 직접 찍은 사진을 곁들여 '보는 즐거움'까지 더해 준다. 노을 지는 하늘,선인장의 가시,노오란 봄꽃,끝이 없을 듯한 수평선….아름다운 풍경이 눈물겹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하다. 절망 속에서 고개 드는 희망을 만나고 싶다면 읽어 볼 만하다. 남호주 여행을 다녀온 듯한 착각은 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