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반의약품은 의약품도매상과 미용실 등을 통해 불법 유통될 정도로 세간에서 갱년기 장애 및 간기능 개선은 물론 피부미백,관절염 완화,아토피 피부염 개선,면역력 증강 등의 효과가 있는 만병통치약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경제적 여유층들은 수년 전만 해도 1주일에 두 번씩,한번에 10만∼20만원을 내고 태반주사를 맞았지만 국산제품이 쏟아지면서 최근에는 3만∼5만원에 혜택을 누리고 있다.

태반은 조선시대에 자하거(紫河車)란 생약으로 허약체질개선 자양강장 정신안정 등을 위해 쓰였다. 그러나 태반의 안전성 및 유효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자하거는 2005년 7월 생약기준집에서 삭제됐고 현재는 냉동 고압증기멸균으로 가공한 제품만이 의약품으로 유통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당초 기존에 허가된 42개 태반의약품의 약효재평가 임상시험을 올 6월 말까지 마치려 했으나 업체들의 준비가 지연되면서 재평가 일정을 늦췄다.

이에 따라 세 종류의 태반제제 중 △자하거추출물(갱년기장애 개선:한국멜스몬 '멜스몬'등 27개 주사제)은 올 연말까지 △자하거 가수분해물(만성간질환 개선:광동제약 '휴마센'등 9개 주사제)은 내년 연말까지 △자하거엑스+비타민 복합제(자양강장 허약체질개선 등:일양약품 '프로엑스피'등 6개 액제)는 내년 4월말까지 임상시험 결과 보고서를 식약청에 내야 한다. 현재 17개 품목만이 임상시험결과보고서를 식약청에 제출했는데 유효성과 안전성을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된다.

국내 태반의약품 시장은 올해 500억원대 안팎으로 추산되는데 재평가 통과 여부에 따라 시장 판도에 큰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태반의약품의 효능과 임상시험을 통한 검증방법 등 궁금증을 알아본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1.태반에는 어떤 유효물질이 들어 있나

자하거에는 아미노산,핵산,비타민B군 등 비타민류,무기질,단백질,여성호르몬(estradiol),난포자극호르몬(FSH),테스토스테론,인슐린양성장인자(IGF-1),DHEA 등이 함유돼 있다.

자하거 추출물과 자하거엑스+비타민 복합제는 11가지 아미노산 지표물질을 일정량 이상,자하거 가수분해물은 15가지 아미노산 지표물질을 일정량 이상 함유토록 규정돼 있다. 아미노산과 비타민B군은 피로회복과 간기능 개선에 도움을 주고 나머지 각종 호르몬류는 갱년기증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2.자하거 추출물의 효과, 어떻게 검증하나

가짜약(placebo)과 태반의 갱년기장애 증상(안면홍조 우울증 등) 개선효과를 쿠퍼만 지수(KI) 설문조사 방식으로 평가한 다음 양자의 약효를 비교한다. 보통 가짜약의 증상 개선효과는 15∼30%로 추산하므로 태반이 가짜약보다 동등 이상의 효과를 내면 적합 판정을 받게 된다.

갱년기증상 개선효과를 알아보려면 여성호르몬제를 대조약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태반에 들어있는 여성호르몬의 양은 여성호르몬제에 비해 턱없이 적은데다 태반은 여성호르몬제보다 극렬한 효과가 없는 대신 부작용도 적은 게 장점이므로 가짜약이 대조약으로 쓰이는 것이 타당하는 게 식약청의 입장이다.



3.자하거가수분해물의 간기능 개선효과는 어떻게 평가하나

중외제약 '아데라빈'(비타민B2+돼지 생간 추출물)을 대조약으로 삼아 간기능 수치의 개선효과를 태반과 비교 평가한다. 태반이 아데라빈보다 ALT(GPT)수치 개선 정도,ALT 및 AST(GOT)정상화율,총 빌리루빈량 개선 정도 등에서 뒤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입증되면 적합 판정을 받는다.

생간에는 간실질세포성장인자(HGF) 등이 들어 있어 간세포의 유사분열을 통한 증식을 돕는데 태반의약품은 제조 과정에서 고압증기멸균을 거치므로 HGF가 거의 남아있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아주대병원의 한 연구에서도 간기능 관련 지수가 태반주사를 통해 임상통계적으로 의미있게 변화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태반이 간기능 개선효과를 낸다면 아미노산 핵산 비타민 등과 미지의 특정 내인성 물질에 의한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4.자하거엑스+비타민 복합제의 피로회복 효과는 어떻게 평가하나

복합제는 아미노산 등 유효성분의 함량이 세 종류의 태반제제 중 가장 낮다. 피로도를 측정하는 FSS나 VAS설문지를 통해 합격점 이상이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정한다.



5.태반은 안전한가

태반은 산모 동의 아래 성병 결핵 에이즈 등에 걸리지 않았고,광우병 위험을 배제하기 위해 1980년 이후 6개월 이상 유럽7개국에서 체류하지 않은 산모의 태반을 채취해 동결융해,효소+염산을 이용한 가수분해,121도(1.5기압)에서 20분간 고압증기멸균을 거쳐 만든다. 따라서 안전하되 과거처럼 생것을 단순 건조해 쓰거나 냉장 추출한 것보다 열에 약한 유효물질이 제 기능을 못할 수 있다.



6.일본제품이 국산보다 나은가

국내회사들은 일본에서 제조방법을 전수받았으므로 효과가 동일하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의사들은 일본 제품의 효과가 낫다는 경험담을 주장한다. 고가의 일본 제품을 처방하려는 상술일 수 있으나 일본의 발전된 제제기술을 무시하긴 어렵다. 국산과 일본산을 비교 임상시험하지 않는 한 단정하기 어렵다.



7.약국에서 파는 태반제제는

마시는 액제가 대부분으로 알약 형태의 영양제도 있다. 단 일양약품 '프로엑스피'등 6개 품목은 사람 태반이지만 한국마이팜제약이 생산하는 '이라쎈정'이나 '이라쎈액'은 돼지 태반을 쓴다.



도움말=강석연 식약청 혈액제제과장/박샛별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오한진 관동대 제일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