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를 마친 증시는 미국발 신용경색 위기로 일단 주 초반에는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메릴린치가 BOA에 전격 매각된 것은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리먼 브러더스가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해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업체의 운명이 결정된 것은 2년을 넘게 끌어왔던 미국 신용위기가 해소돼가는 완결과정인 만큼 충격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외국인 매도공세 강화 예상
이번 주 증시의 화두는 미국 금융시장이 신용위기로 옮겨갈 것이란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리먼 브러더스 파산보호신청은 '메릴린치 매각'이라는 호재를 짓눌러 미국 S&P500 선물지수가 하락하고,대만과 싱가포르 주가도 급락해 국내 증시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 파트장은 "국내 증시는 9월 위기설을 무난히 넘기며 수급과 투자심리면에서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리먼 브러더스 파산보호신청은 또 한 차례 충격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할 경우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늘어나면서 시장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강화시켜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다. 오 파트장은 "(리먼 브러더스 처리과정에서) 극적인 상황 변화가 없을 경우 주초 주가는 다시 1400선을 테스트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의 매도공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매수에 나서려 했던 기관들이 다시 움츠러들면 일시적인 수요기반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충격의 강도와 지속성은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투자은행들이 7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만들고 정부가 250억달러를 추가 보증하는 등 투자은행들의 손실을 커버하는 수준의 유동성 공급이 이뤄지면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과거와 달리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학균 한국증권 연구원도 "리먼 브러더스 파산보호신청이라는 악재와 메릴린치 매각이라는 호재가 동시에 나온 상황이기 때문에 충격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며 "JP모건 골드만삭스 등의 주가가 탄탄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충격이 과거에 비해 덜 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반기 가면 안정 찾을 듯
주가는 주초에 크게 출렁이겠지만 후반기로 갈수록 안정을 찾게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단기적으로는 16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이승우 연구위원은 "FOMC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인플레이션이 누그러지면서 경기 쪽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어 향후 금리인하를 전망케 하는 코멘트가 나오면 주가는 다시 반등국면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수급면에서는 국내 기관들의 자금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연기금에 이어 투신이 본격적인 매수에 나설 경우 반등은 예상외로 쉽게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오현석 파트장은 "국내 큰 펀드들의 주식 비중은 90% 초반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어서 자금여력은 충분한 편"이라며 "미국발 금융위기 진정 신호가 보이면 기관들이 추격매수에 나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주가 반등에 대비한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금융회사들의 분기 손실은 점차 감소하는 추세이며 리먼 브러더스와 메릴린치 처리과정은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는 징후이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할 경우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주식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검토해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