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저녁마다 거래처 사람과 회식자리를 갖는 최원규씨(27)는 며칠 전 "오빠 오랜만이에요 연락주세요-민정"이란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안그래도 대학 후배 민정이의 소식이 궁금하던 최씨는 며칠을 고민하다 용기를 내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웬걸.수화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민정이가 아닌 음란성 성인 광고였다.

#2.일산에서 광화문까지 출퇴근하는 회사원 정진우씨(35)는 요즘따라 아침에 금방 끊어지는 전화를 자주 받는다.

서둘러 출근해야 하는 탓에 전화를 못받고 회사에 도착해서야 부재중 전화번호를 확인한다.

010으로 시작하는 모르는 번호다.

누군지 몰라 전화를 걸어보면 "직장인의 긴급대출 상담 및 결제자금 상담을 원하시면 1번을 누르세요"라는 녹음된 메시지가 흘러나온다.

한 번 울리고 끊기는 '원링스팸'이다.

원링스팸과 음란성 문자메시지,광고성 문자 스팸 등 다양한 형태의 휴대폰 스팸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조금만 신경쓰면 이 같은 스팸전화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우선 원링스팸으로 의심되는 전화는 받지 않는 게 상책이다.

010으로 시작하는 자신도 모르는 전화번호가 딱 한 번만 울리고 끊긴다면 원링스팸으로 의심할 수 있다.

같은 번호로 계속 전화가 걸려오면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불법스팸대응센터(www.spamcop.or.kr)에 신고하면 된다.

신고를 접수한 KISA는 스팸 신고를 모아 관계기관과 함께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

원링스팸 외에도 080이나 060으로 시작하는 광고,음란성 스팸전화도 차단할 수 있다.

자신이 가입한 이동통신사 고객센터(국번없이 114)에 일괄차단 신청을 하면 아예 걸려오지 않게 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통 3사 모두 무료로 제공한다.

자신의 휴대폰으로 스팸을 걸러낼 수 있게 설정할 수도 있다.

2003년 이후 출시된 휴대폰에는 특정 문자,숫자 등을 설정해 스팸문자로 걸러내는 기능이 포함돼 있다.

080,대리,광고,무료,상담,성인 등 스팸에 주로 쓰이는 단어를 스팸차단 문자열로 등록해 두면 된다.

KISA 불법스팸대응센터에서 매월 발표하는 10대 스팸 차단어를 참고할 수도 있다.

국내 휴대폰 가입자는 4300만명에 달한다.

그만큼 휴대폰 스팸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휴대폰 스팸은 번호 유출에서 비롯된다.

평소 쇼핑몰이나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벤트에 자주 응모해 휴대폰 번호를 입력했다면 스팸에 더 시달릴 수 있다.

내 개인정보가 소중하다는 인식이 휴대폰 스팸 차단의 기본인 셈이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도움말=임재명 한국정보보호진흥원 스팸대응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