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계속된 D램 가격 급락의 여파로 세계 반도체 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4일 월 스트리트 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 D램 반도체 업계 4위인 미국 마이크론과 6위인 대만 난야가 50나노 이하 D램 합작공장을 짓기로 합의했다.
두 회사가 손잡은 것은 최근 D램 가격 급락에 따른 실적부진 상황을 타개하고 삼성전자,하이닉스 등 선두업체들에 뒤처지는 기술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난야는 일시적인 생산차질까지 무릅쓰고 삼성전자,하이닉스와 같은 방식의 생산공정을 도입키로 했다.
업계는 이번 난야-마이크론 합작을 2000년 초반에 있었던 1차 반도체 구조조정에 이은 2차 반도체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D램 시황 악화로 실적부진을 겪고 있는 후발업체간 합종연횡이 본격화되는 기폭제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난야-마이크론 합작 왜?
이번에 난야와 마이크론이 합작에 나선 가장 큰 원인은 D램 가격 급락 때문이다.지난해 초부터 주요 D램 업체들이 일제히 증산에 나서면서 D램 가격이 급락,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선두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들은 급격한 실적부진을 겪었다.난야의 경우 지난해 2분기부터 매분기 3000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을 봤고 마이크론도 지난해 1분기부터 4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벌였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부터 신규투자를 늘리면서 후발업체들을 압박했다.당장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시장 공급물량을 늘려 후발업체들의 감산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었다.특히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대만♥일본 업체들이 70나노 공정에 머물러 있는 것과 달리 50나노 공정도 먼저 개발해 향후 2년 내 D램 시장 주도권도 확고히 다졌다.
결국 마이크론과 난야의 선택은 지금 손잡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특히 난야는 이번 마이크론과의 합작을 통해 그동안 고수해왔던 트렌치(trench) 방식을 스택(Stack) 방식으로 바꿨다.'트렌치'는 웨이퍼를 위에서 아래로 파 내려가는 방식이고,'스택'은 웨이퍼 아래에서 위로 회로를 쌓는 방식으로 50나노 이하 생산공정에는 스택 방식이 유리하다.
◆누가 살아남을까
업계에선 1990년 20여개 업체가 난립했던 D램 업계가 2001년 9개 업체로 재편됐던 것처럼 이번에도 상당수 업체들이 퇴출되거나 다른 업체와 제휴를 맺는 식의 합종연횡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2차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큰 업체로는 독일 키몬다가 꼽힌다.
업계는 궁극적으로 세계 1위 삼성전자에 이어 하이닉스-프로모스 연합,엘피다-파워칩 연합,마이크론-난야 연합만이 살아남을 것으로 보고 있다.
◆D램 가격 회복속도 빨라질까
난야-마이크론의 합작은 D램 시황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특히 난야가 기존 '트렌치' 생산방식을 '스택' 방식으로 바꾸기로 함에 따라 향후 D램 공급 물량이 줄어들고 가격이 급반등할 가능성도 커졌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난야가 기존 생산라인을 증설하지 않고 새로운 생산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올 하반기부터 D램 공급물량이 줄어들 것"이라며 "D램 가격이 안정을 되찾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