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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新 '신의 아들, 어둠의 자식들'

金京俊 < 딜로이트 투쉬 파트너 >

최근 '이구백'(20대 90%가 백수), '십장생'(10대들도 장차 백수가 되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이라는 신조어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한다고 한다. '괜찮은 일자리'에서 직장생활을 해 볼 기회조차도 가져보지 못하는 청년 실업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과거 중견 직장인들에게 씁쓸한 여운을 남겼던 '사오정'(45세 정년),'오륙도'(56세까지 직장에 남아있으면 도둑)만큼 젊은 세대들의 좌절감을 쓰라리게 나타내는 표현이다.

한창 일할 나이의 40~50대 조기퇴직도 문제이지만,청년실업은 사회적 경험을 쌓고 개인 차원의 지식자본을 축적할 기회를 차단당하여 만성 실업으로 이어지고,장래 사회전체의 경제적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측면에서 더 심각하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정부도 특히 청년층 실업대책에 많은 예산과 노력을 투입하여 왔지만,그 성과는 기대 이하이다.

청년실업 대책으로 2003년 3132억원, 2004년 6056억원, 2005년 7885억원, 2006년에도 7573억원으로 4년간 총 2조4646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였다. 그러나 청년층 일자리는 오히려 같은 기간 45만4000개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분기별로 보아도 1개 분기를 제외하고는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불황이라고는 하지만 2003년 이후 경제성장률은 3% 이상을 유지하여 왔기 때문에 청년실업 대책은 실종 상태나 다름없다.

이런 결과는 어떻게 보면 2004년 '청년실업대책특별법'을 제정하고 '청년실업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하면서부터 예견된 것이다. 실업대책의 본질이란 경제활동 활성화와 노동시장의 합리적 인센티브 구조를 구축하여 사회적으로 부가가치가 있는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당시 대책은 세금 더 걷어서 필요도 없는 일자리를 억지로 만들어 월급 주겠다는 정책에 불과했던 것이다.

매년 공기업 정원의 3% 이상씩 채용을 의무화하고, 공무원 숫자를 계속 늘리고, 연수(硏修) 체험이나 직업훈련 등의 명목으로 실효성이 의심되는 단기적 미봉책(彌縫策)으로 일관해서는 청년실업을 줄이기는 고사하고 현 상태 유지도 어렵다는 것이 드러났다. 청년실업대책에 지난 4년간 투입한 2조4646억원은 결국 국민이 낸 혈세인데, 이는 8만2000명의 직원에게 연봉 3000만원씩을 지급할 수 있는 큰 돈이다. 2005년 코스닥 상장 100대 기업의 직원 평균연봉이 3140만원이고, 괜찮은 일자리의 기준연봉이 대략 2700만원 수준이었다.

더욱 본질적 문제는 노동시장의 합리적 인센티브 구조가 심각하게 왜곡되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들이 보기에도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공부문은 안전하고 보수도 괜찮다는 점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곳인 반면, 민간부문은 돈은 조금 더 받아도 언제 퇴출(退出)될지 모르는 임시 대기소처럼 되어 버렸다.

이는 노동시장에서 구직자들의 행동으로 나타난다. 공공부문 채용에는 지원자가 구름처럼 몰려들어 사상 최고의 경쟁률을 경신하는 반면, 국내 간판급 민간기업의 핵심 연구인력들조차 미래의 불안을 느끼고 공공부문 취업 시험을 준비하는 사례들이 그 방증이다. 보상이 크면 위험이 커야 하는 법인데, 위험도 없고 보상이 큰 직장을 가려고 하는 것은 극히 합리적인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과거 아버지 덕분에 군대 면제받은 사람을 '신의 아들', 군 복무자를 '어둠의 자식들'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요즘은 공공기관 취업자를 '신의 아들', 민간기업 취업자를 '사람의 아들', 백수를 '어둠의 자식들'이라고 한다.

세금으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발상 자체가 사람의 아들이 낸 세금으로 신의 아들을 계속 늘려가면서 어둠의 자식들까지 먹여 살리는 구조인데 사회 전체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자리가 어떻게 늘어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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