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짬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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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려 외로운 날에/그대여 짬뽕을 먹자/그대는 삼선짬뽕/나는 나는 곱빼기 짬뽕/바람 불어 외로운 날에/우리 함께 짬뽕을 먹자/…따르르르락 짜 짬뽕/착한 사람 나쁜 사람/짬뽕이~ 좋아 짬뽕/남녀노소 신사숙녀 짬뽕/부모형제 일가친척 짬뽕/엑스세대 기성세대/짬뽕이~ 좋아.'
짬뽕은 서민음식의 대명사다.
요즘 아이들은 "뭐 사줄까"에 "피자"라고 답하는 수가 많지만 40대 이상은 자장면과 짬뽕이면 최고로 알고 컸다.
지금도 두 가지는 남녀노소 모두 찾는 국민음식이다.
배고플 때,춥고 으슬으슬할 때,숙취로 속 쓰릴 때 먹는 짬뽕의 맛은 다른 무엇에도 비하기 어렵다.
짬뽕의 유래에 대해선 여러 설이 있지만 일본 규슈의 나가사키(長崎)에서 생겨났다는 게 통설이다.
1899년 중국 푸젠(福建)성에서 건너간 천핑순(陳平順)이 나가사키의 가난한 화교와 중국유학생들을 위해 값싼 돼지뼈와 닭뼈를 푹 고아낸 국물에 해물과 기름에 볶은 야채를 넣어 만들었다는 것이다.
일본어 표기는 'ちやんぽん'(잠퐁)인데 이 또한 "중국어로 밥 먹었느냐(吃飯)의 푸젠성 사투리인 차폰(chapon)에서 비롯됐다"고도 하고 차이나와 닛폰의 섞음말이라는 주장도 있다.
어쨌거나 일본말에서 온 것이니 바꾸자고 해서 초마면(炒馬麵,국어순화용어자료집)으로 고쳐놨지만 어렵고 낯설어 쓰는 사람은 없다.
북미 프로 미식축구리그(NFL)의 영웅 하인스 워드가 한국에 온 첫날 어머니 김영희씨는 "아들과 함께 모국의 거리를 걸어다닐 수 있어 행복하다,같이 짬뽕을 먹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짬뽕은 중국집에서 팔지만 중국에 한국식 짬뽕은 없다.
유명하다는 나가사키 짬뽕도 빨갛고 얼큰한 우리 짬뽕과는 전혀 다르다.
짬뽕(자장면)과 김밥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한다.
29년 만에 금의환향한 기쁨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짬뽕을 찾는 김씨의 소박한 모습은 그 어떤 말이나 행동보다 가슴 뭉클하다.
아무리 오랜 세월 외국에서 살아도 한국인은 한국인인 듯하고.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