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재무설계 전문업체인 포도에셋의 라의형 대표(43)는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1992년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해고된 그는 우연히 보험사에서 오토바이를 타는 근로자나 용접공에 대해선 사고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보험 가입을 제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즉시 용접공 등을 위한 보험상품을 만들었고,이 상품을 보급하기 위해 1999년 보험회사 대리점인 포도나무를 세웠다. 보험에서 시작된 관심은 예·적금 주식 부동산 등으로 커져 결국 자체 재무설계 프로그램까지 개발했다. 포도에셋은 현재 직원 108명(FP 84명)에 서울 본사를 비롯 부산 대구 울산 창원 광주 대전 전주 등 7개 지역에 거점을 둔 개인 재무컨설팅 회사로 성장했다. 라 대표는 "죽자살자 노동운동을 해봤자 근로자의 삶은 좀체 좋아지지 않더라.노동운동보다는 재무설계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는 편이 근로자의 실질적인 삶을 개선하는 데 훨씬 큰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며 얘기를 풀어나갔다. 그는 "국내 금융사들은 부자에게만 신경을 써 왔다"며 문제를 제기한 뒤 "이제는 중산층과 서민의 가정 경제를 꼼꼼히 돌봐줄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빚더미에 허덕이는 신용불량자도 재무설계를 통해 신용불량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금융권의 워크아웃 제도나 법원의 파산 및 개인회생 제도를 이용하는 것보다 재무설계를 받는 게 신용불량자에서 탈피하는 지름길이에요." 라 대표는 실제 단돈 만원이라도 저축해보는 것이 꿈이라던 신용불량자 부부가 재무설계 상담을 받은 지 10개월 만에 매월 70만원씩 저축한 성공 사례를 소개하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부인이 진 거액의 빚 때문에 하루하루가 지옥이있던 이 부부는 유서를 써놓고 찾아왔지만 재무설계 프로그램을 짠 뒤 희망을 안고 돌아갔다는 것이다. "이제 돈을 더 벌려고 하는 재테크를 버리고 돈을 매개로 인생을 설계하는 '재무설계'를 해야 한다. 재무설계를 하면 돈에 대한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렇다면 개인의 행복을 이루고,은퇴 후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주는 '재무설계'란 무엇인가. 그는 한 가정의 경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자산을 진단하고 지출 구조를 점검하고,이 과정에서 새나가는 돈과 묵혀있는 자산을 발견하게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라 대표는 재무설계의 효과를 확신한다. "6개월 정도 재무설계 프로그램을 실천하면 돈을 다루는 힘이 생기고 소비습관도 통제할 수 있다"며 "재무설계를 하지 않았을 때보다 1년에 평균 15%가량 자산이 불어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재무설계를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 커요. 재무설계 컨설팅을 받은 사람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갑작스러운 사고 등으로 '지뢰밭'에 빠지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는 "무엇보다 계획적인 경제생활을 통해 돈에 대한 불안감에서 해방되는 심리적 안정감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재무설계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중산층과 서민층도 하루 빨리 재무설계에 나설 것을 거듭 당부했다. 글=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