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8 15:29
수정2006.04.08 19:36
학생 확보난과 재정난을 겪고 있는 지방대학들이 중국인 유학생 유치에 대거 나서면서 일부 유학생들이 이를 불법취업의 '통로'로 악용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학들은 정원 외로 입학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재정난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점 때문에 유학생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학을 빙자한 불법체류 중국인이 갈수록 늘고 있다.
◆사라지는 중국 유학생
지방 대학들은 등록금을 최고 60%까지 할인해 주거나 장학금 혜택을 주면서 중국인 유학생 유치에 나서고 있다.
특히 학비와 생활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학생들에게는 '산학 유학생' 자격을 부여해 아르바이트도 알선해 준다.
호서대는 지난해 10월 말 유학생 관리 소홀로 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55명이 당국의 허가없이 주 20시간 이상 시간제 취업(아르바이트)을 한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호서대는 지난해 7월 중국 베이징 옌볜 등지에서 산학 유학생을 모집했다.
이 학교는 당시 한국에서 공부하면서 학교 인근 반도체 패키지 제조업체인 STS반도체통신에서 아르바이트할 경우 월 100만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그러나 상당수 유학생들이 공부는 뒷전으로 미룬 채 돈 벌기에 급급했다.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이 알려져 대전 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STS반도체통신은 2400만원,유학생들은 1인당 50만~100만원씩 총 386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지난해 유학원을 통해 부산 A대학에 입학한 25명의 중국인 유학생 중 11명이 사라졌다.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몇 명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사라졌다"며 "불법 취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 대학에 유학 온 중국 동포 이모씨(23)는 "많은 중국인들이 한국에서 일자리를 찾기 위해 지방 대학의 유학생 자격으로 한국에 온다"고 말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현재 국내에 체류 중인 중국인 유학생은 총 1만4329명.이 중 불법 체류자가 전체의 7.82%인 1120명으로 2004년의 627명보다 78.6% 급증했다.
유학생 비자를 받고 한국에 온 뒤 불법 체류 중인 중국인은 2003년에는 304명에 불과했다.
◆해외 유학생 유치 체계화 시급
대부분의 대학들은 유학생들이 장기간 결석하는 등 캠퍼스에서 이탈해도 향후 학생 유치와 사증 발급에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당국에 알리지 않고 있다.
청주에 있는 C대학 국제협력 실장은 "학부와 대학원 등 여러 루트로 입학한 학생들을 따로 관리하고 있어 정확한 인원 파악이 힘들다"며 "수백 명의 중국인 학생이 재학 중인 만큼 출석 여부를 일일이 점검하는 것 역시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영근 법무부 출입국기획과 사무관은 "지난해 9월부터 대학들의 철저한 유학생 관리를 유도하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 이탈자 신고를 의무화했다"며 "그러나 대학들이 학생 유치를 위해 법적 허용을 벗어나 취업이나 아르바이트를 알선하는 행위는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