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예술품 경매시장서 '상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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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예술품이 전 세계 경매 시장에서 상한가를 치고 있다.
중국에서는 예술품이 증시와 부동산의 대안 투자처로 떠오르면서 외국인들이 사자에 나서고,중국인들은 투자 가치가 높아진 선조들의 유물들을 되찾기 위해 경매에 뛰어들면서 예술품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베이징에서 열린 경매에서 현대 수묵화의 거장 장다첸이 그린 산수화 '강산만리도'가 중국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인 7300만위안(약 94억원)에 한 중년의 중국인 수집가에게 낙찰됐다. 최근 한국에서 단원 김홍도의 10폭짜리 수묵담채화가 역시 최고가인 9억원에 경매에 부쳐졌으나 유찰된 것과 대조적이다. 4800만위안에 시작한 경매가가 두배 가까이 뛰어 낙찰되는 데 6분도 채 안걸렸다.
중국인들의 예술품 매입 열기는 해외에서도 뜨겁다. 최근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 14세기 원나라 청화백자 '귀곡하산'은 아시아 예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인 1400만파운드(280억원)에 낙찰됐다. 백자를 산 사람은 홍콩의 유명한 골동품상이었으나 역시 중국 대륙의 한 수집가로부터 위탁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경매에 나온 중국 골동품 도자기들 중 상당수는 후대에 위조한 작품일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 감정가의 평이 붙어있었지만 대부분이 감정가의 10~20배를 받고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일단 표면적인 현상은 이처럼 나라 안팎 경매 시장을 종횡무진하는 중국인 수집가들의 활약도 있지만 중국인들이 예술품 사재기에 나서는 배경에는 국제 투기 자금의 움직임이 있다는 게 중국 내 분석이다. 위안화 절상 전망이 팽배했던 지난해 중국 예술품 경매 시장 규모가 처음으로 100억위안(1조2000억원)을 돌파하자 현지 아태경제시보는 "경매 참가자 중 모르는 얼굴이 많아졌고 외국인도 부쩍 늘었다"는 경매 중개인의 말을 인용하면서 "환차익을 노린 국제 투자 자금이 중국 예술품 경매 시장에 불을 붙였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1일 위안화가 2.1% 절상됐으나 추가 절상을 기대하는 외국인들과 이 같은 투자 수요를 간파한 중국인들이 사재기에 나서고 있어 중국 예술품 경매 활황은 계속될 전망이다.
커진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술품 소장에 관심을 갖는 중국인이 늘어나는 것도 경매 시장을 키우는 동력이다. 미국 신문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은 최근 "진위가 불분명한 작품이 고가에 팔려나가는 것은 과시욕에 미술품을 사들이는 중국인들이 많다는 증거"라고 보도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