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의 신탁업 진출이 '산넘어 산'이다. 지난 3월 증권거래법 개정으로 증권사들이 신탁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데 이어 최근 국회에서 신탁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법률적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번엔 신탁업법시행령과 금감원의 신탁업 인가지침이 새로운 장애물로 떠올랐다. 관련 규정이 바뀌지 않으면 5∼6개 중소형 증권사 외에는 신탁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신탁업을 영위할 수 있는 금융기관의 주요 출자자에 관한 규정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금융기관이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해있을 경우 대규모 기업집단의 부채비율은 200% 이하여야 한다. 이 조항이 적용되면 대기업 계열사이면서 모그룹의 부채비율이 200%가 넘는 동부 동양 SK 한화증권 등은 신탁업을 할 수 없게 된다. 또 금감원 인가지침에는 "주요 출자자가 외국인인 경우 외국에서 신탁업을 영위하고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외국계가 대주주인 메리츠 서울 푸르덴셜 KGI 한누리 E트레이드 증권 등은 신탁업을 할 수 없는 셈이다. "주요출자자의 자기자본이 출자금액의 4배 이상 이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미래에셋 한국투자 부국증권 등이 제한을 받는다. 시행령에 주요 출자자에 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을 포함시킨 규정도 논란이 되고 있다. 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을 해당 금융기관에 출자하지 않은 모기업의 관계사로 확대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대규모기업 집단에 소속된 일부 증권사들은 자사에 출자하지 않은 모기업의 관계사의 부채비율이 200%만 넘어도 신탁업을 할 수 없게 된다. 증권업계는 그동안 현대 한국투자 미래에셋 대우 우리투자 삼성증권 등 대형사를 중심으로 관련팀을 신설하고 신탁업 진출을 준비해왔다. 특히 신탁시장이 퇴직연금제 등의 시행으로 향후 5년 내에 20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신탁업에 사활을 걸어왔다. 그러나 최근 시행령과 인가지침 문제가 불거지면서 상당수 증권사들은 관망세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투자 굿모닝신한 대우증권 등이 신탁업무를 겨냥한 전산시스템 발주를 시작한 정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기존에 금융업을 영위하다가 신탁업을 겸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 조항에서 예외를 인정해줘야 한다"며 "12월1일 신탁업을 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9월까지는 관련 규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