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항체약품 투자로 BT강국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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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호 < 서울대 의대 교수 >
최근 세계 질병치료제 개발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특히 암이나 혈관질환 등 난치성 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항체약품이 각광을 받고 있다.
항체(抗體 Antibody)는 원래 박테리아, 바이러스, 종양 등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균이나 내부에서 생성된 암세포 등을 방어 또는 제거하기 위해 진화과정에서 생성되는 면역단백질이다. 이를 치료용 목적으로 체외에서 생산해낸 것이 항체약품이다.
항체약품의 특징은 첫째 부작용이 적다는 것이다. 60킬로그램의 몸무게를 지닌 정상 성인은 통상 분유 2통 무게와 비슷한 1킬로그램의 항체 단백질을 체내에 보유하고 있어서, 항체약품을 1g 이하로 투여한다면 인체에 큰 독성을 미치지 않는다. 둘째 분자영상과 조직면역화학 기법을 이용, 부작용을 쉽게 예측하고 대처할 수 있다. 셋째 신약 개발에 드는 비용과 시간이 다른 화학합성 약품에 비해 획기적으로 작다. 넷째 다양한 바이오테크놀러지가 개발돼 항체의 구조를 조금씩 변화시키면서, 치료효과, 반감기, 체내 분포 등을 의도하는 대로 쉽게 변경할 수 있다.
이같이 특정 병원균이나 암세포에만 작용하면서도 부작용과 비용이 적게 드는 특성 때문에 항체약품의 개발 및 관련 기술이 최근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 97년 최초의 항체의약품인 리툭산이 발매된 이래 지금까지 21개 이상의 항체약품이 시판허가를 받았고, 최근 5년간 항체약품의 판매도 연평균 53%씩 늘어나 2004년에는 거의 12조원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또 3백70개 이상의 항체약품이 임상실험 중이어서 이같은 급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이 되면 약 1백개가 시판허가를 받게 돼 항체약품 시장규모는 3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적인 바이오 제약 업체인 제넨텍(Genentech)과 암젠(Amgen)만 봐도 그렇다. 제넨텍이 시판중인 13개 약품 가운데 항체약품은 5개나 된다. 암젠은 현재 24개 약품을 임상실험 중인데 이중 4개가 항체약품이다.
이에 비해 국내의 항체의약 연구와 투자는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 의약업계에서 임상시험중인 신약이 30여건, 전임상시험중인 것도 50여건이나 되지만 이중 항체와 관련된 것은 전임상 단계에 있는 4-5개에 지나지 않는다. 의약품 개발을 주도해온 국내 업계의 인적 물적 기반이 아직도 화학합성 약품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이유도 있으나, 세계적 트렌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정보기술(IT)강국 다음의 바이오테크놀러지(BT)강국 도약을 위한 효과적인 방안을 팔짱만 낀채 구경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항체약품 투자는 우리나라가 BT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훌륭한 촉매제가 된다. 제약산업은 가장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분야로, 지금까지 지식과 자본을독점해온 선진국들은 후발국가의 접근을 쉽게 허용치 않았다.
그러나 바이오약품의 약진으로 전세계 제약산업의 판도가 변하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와 같은 제약산업 후발주자가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항체약품은 우리 기업들이 신약개발을 시도해볼만 장점들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약품의 개발기간이 짧고, 개발성공율이 매우 높으며, 라이선싱이 이뤄지는 시점이 빨라서 투자금액을 적정수준으로 가져갈 수 있다. 또 신약개발에 필요한 신기술이 속속 나오고 있어 기술적 진입장벽이 매우 낮은 것도 매력이다.
정부가 최근 항체약품 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연구체계 정비와 투자확대에 나선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BT강국 도약을 위한 장기적인 안목에서 현재 추진중인 바이오 스타프로젝트를 비롯한 항체약품 개발에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