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선 < 한국조세연구원 원장 >
최근 우리 경제와 관련된 화두는 단연 성장률 저하와 경제 양극화 현상으로 모아진다.
우선 성장률 저하 현상은 과거처럼 노동과 자본이라는 투입 요소를 증대시켜 경제 성장을 도모하는 게 한계에 달한 반면 경제 전반의 효율 또는 생산성 증가가 이를 상쇄하지 못함에 따라 발생하고 있다.
양극화 현상의 대표적인 예로 수출은 호황인 반면 내수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현상,대기업과 중소기업 또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간 격차 확대를 들수 있다.
세계화가 진행됨에 따라 경쟁력 또는 기술력을 지닌 부문과 그렇지 않은 부문간의 차별화 현상 또한 양극화를 발생시키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상황은 조세와 정부지출,즉 재정으로 하여금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경기를 조절하고, 소득을 재분배하고,취약 계층이나 취약부문에 대해 지원뿐 아니라 성장잠재력 확충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할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금융 환율 등 재정을 제외한 정부의 다른 정책적 수단은 사용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도 또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내년도 예산을 보면 전체적인 재정수지는 5조2천억원의 흑자가 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는 국민연금의 대규모 흑자에서 비롯된다.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의 수지와 공적자금 상환소요를 제외하면 내년도 재정적자는 2004년보다 1조원 늘어난 8조2천억원, 즉 GDP의 약 1%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내년도에도 이전처럼 추경을 편성해 지출을 확대한다면 재정적자 규모는 더 커지게 될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2004∼2008년 국가 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사회보장성 기금 등을 제외한 진정한 의미의 재정균형은 2008년에 달성된다.
그러나 양극화를 보완하기 위해 취약계층·부문에 대한 지출수요가 이전보다 커질 것이고 지식경제·정보화 시대를 대비한 교육 및 연구개발 투자도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자주국방을 위한 국방비,공적자금 손실부담 등 다른 지출수요도 만만치않은 상태다.
더구나 재정지출을 늘림으로써 약화되고 있는 성장잠재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어 향후 재정수지는 지금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재정수지 악화 방지를 위해 세금을 더 걷는 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세계화의 진전으로 국가간 조세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세수를 증대하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다.
또 최근 연금기여금 의료보험료 등 사회보장과 관련된 국민부담이 빠르게 증가했다.
향후 사회보장과 관련된 국민 부담금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세금마저 늘리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조세의 경우 전체적인 세부담을 높이기보다는 경제적 효율을 증대시키고, 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지방분권화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조정하는 게 필요하다.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면서 재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연구개발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기업에 대한 세부담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불필요한 각종 조세감면을 축소해 세원을 증대시키는 일도 필요하다.
또 교통세 농어촌특별세 교육세 등 각종 목적세를 폐지해 단순화해야 한다.
지금까지 대규모 소득을 창출한 부동산 관련 소득의 세부담이 미약했던 점을 감안하면 근로소득 등 다른 소득과의 세부담 형평성 제고를 위해선 먼저 부동산 소득에 대한 합당한 과세체계를 구축,실행해야 한다.이밖에 지방의 자율과 책임이 보장될수 있도록 국세와 지방세를 조정하는 일도 필요하다.
세금은 국민의 부담이므로 아껴 써야 하는 건 당연하다.
지출수요는 많은 반면 세금의 확충은 어려우므로 지출의 효율성을 더 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재정운용계획처럼 중기적 재정계획을 통해 지출의 구조조정을 추구하고 성과관리나 사업평가 등을 통해 낭비적이거나 효과가 적은 사업에 정부 예산이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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