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사면초가'.. 뉴딜ㆍ부동산稅등 추진 정책마다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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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부가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몰리고 있다.
연기금 참여를 전제로 한 내년 경기부양책,부동산 및 세금정책,방카슈랑스 등 추진하는 각종 정책마다 청와대,정부내 다른 부처,정치권 등으로부터 제동이 걸리고 있다.
경제연구소들에서는 재경부의 간섭에 대한 비판론이 불거져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통합거래소 이사장 후보의 '재경부 싹쓸이'가 도마위에 오르면서 금융기관장 인사에 대한 재경부 출신의 독식론까지 불거져 나오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재경부의 수난은 정책결정 과정에서 여론 수렴에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들 불협화음이 수석경제부처에 대한 지나친 흔들기로 이어질 경우 가뜩이나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경제에 더욱 혼란을 일으킬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내년 성장률 목표를 5%로 정했지만 환율 급락 등 잇따르는 악재에다 정책추진의 동력마저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공격 선봉에 선 이정우 위원장
이정우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은 지난 23일 연세대 경제대학원 강연에서 이 부총리의 각종 정책을 공박했다.
이 위원장은 "집 부자들이 집을 팔 기회를 주기 위해 1가구3주택 이상 보유자들에 대한 양도세 중과 시기를 연장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이 부총리의 부동산 및 세금정책 구상에 대해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시한이 올해말까지지만 조금만 버티면 다시 풀릴 것이란 기대감이 많다"며 "국민이 정부 말을 믿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라고 말했다.
그는 또 건설규제 완화를 통한 건설경기 부양에 대해 "건설규제를 풀면 경기가 좋아지는 효과가 확실히 나타나겠지만 과거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할 수는 없다"는 말로 다른 시각을 드러냈다.
골프장 확대 정책에 대해선 "과욕이며 환경도 생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곳곳에서 대립각 세워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연기금 뉴딜 동원반대 파문'이 가라앉기도 전인 지난 2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재경부는 연기금의 관리나 운용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또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김 장관은 연기금의 참여를 통한 내년 경기부양책에 대해선 동의하지만 재경부가 동원하는 방식에 대해선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도 2단계 방카슈랑스 시행 시점에 대해선 이 부총리와 견해를 달리 한다.
금감위는 '방카슈랑스 제도를 보완해 1년 정도 시행해 본 뒤 2단계 확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사실상 정리했다.
"시행해 보지도 않고 연기 운운하는 것은 안된다"는 이 부총리의 견해에 정면배치되는 것이다.
증권분야 집단소송제와 관련해서도 금감위는 선(先)보완에 무게를 두는 반면,재경부는 선(先)시행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일부 경제연구소는 재경부의 통제와 간섭,금융시장에선 '모피아'들의 여전한 득세와 재경부의 관치 등을 문제삼고 있다.
◆경제에 영향 줄까
시장 참가자들과 전문가들은 이 부총리에 대한 이같은 각계의 문제 제기가 정책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염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면 토론과 협의를 통해 풀어갈 수 있는 '건전 비판'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연말 개각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목 잡기'나 '흔들기' 차원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여건을 더욱 꼬이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경제연구소장은 "이 부총리가 건설규제와 출자총액 규제 등의 완화와 같은 시장친화적 정책을 펴려 하지만 '코드'가 다른 청와대와 여당 일각에서 정치와 분배논리로 이 부총리의 뒷발을 잡는 측면이 있다"며 "경제부총리의 '경제 리더십'이 위협받는다면 경기활성화 정책 등을 통한 내년 경제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