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 캠프에 대한 본격적인 불법 대선자금 추적작업에 착수했다. 검찰이 정치권 후원금 계좌에 대한 본격수사 방침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다 이제까지도 극히 전례가 없는 일로 고강도의 수사를 예고하고 있다. '불법 대선자금'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안대희 검사장)는 5일 민주당 대선 캠프의 공식 및 차명계좌 10여개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추적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문효남 대검 수사기획관은 "민주당의 계좌는 후원회를 포함한 공식ㆍ비공식 계좌 10여개가 넘는다"며 "앞으로 계좌수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자료확보 등 좀더 확인과정을 거쳐 계좌추적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계좌추적을 통해 지난 대선 때 지원받은 대선자금 규모와 용처를 파악하고 이중 불법적으로 제공된 돈이 있는지 여부와 선거용 외의 용도로 사용된 돈이 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당에 대한 계좌추적에 착수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며 당 대표가 직접 검찰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했던 한나라당이 검찰의 계좌추적 방침에 어떤 반응을 나타낼지 관심거리다. 민주당을 상대로 검찰이 먼저 계좌추적에 착수한 이상 한나라당 역시 형평성 논리를 내세워 '불가 입장'을 고수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현재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불법 대선자금 추적을 위한 기초자료를 수집중인 것으로 확인돼 조만간 양당에 대한 계좌추적이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검찰은 이날 출석토록 재차 소환통보한 공호식씨와 봉종근씨 등 한나라당 전 재정국 간부 2명이 의도적으로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고 판단,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또 최근 4차 소환조사 이후 수사팀과 연락이 두절된 최돈웅 의원에 대해서도 강제조사 방안 등 법적 조치를 강구 중이다. 반면 김홍섭 전 민주당 선대본부 재정국장과 한나라당 중앙당 후원회 간부를 맡았던 박종식씨 등은 출두연기 요청을 해옴에 따라 조만간 재소환키로 했다. 이상수 열린우리당 의원에 대해서는 이르면 이날 중이나 6일 재소환키로 했다. 김영일 한나라당 의원에 대해서는 "소환 전에 파악해야 할 사항이 많다"며 당초 이번 주중으로 예정됐던 소환을 내주께로 늦추기로 했다. 정당에 대한 계좌추적은 곧바로 기업에 대한 자금추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대선자금 수사대상에 올라있는 기업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검찰이 정당의 공식ㆍ비공식 후원금 계좌로 입금된 대선자금 수표나 연결 계좌를 따라가다 보면 기업의 비자금 관리계좌 등이 고스란히 노출될 가능성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검찰은 'SK 비자금' 1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지난 1∼2월 7∼8개 기업체를 순회하며 억대 금품을 제공받은 추가 혐의와 관련, 6일께 그간의 조사 결과를 일부 공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또 최도술씨로부터 2억3천만원을 건네받은 의혹을 받고도 건강상 이유로 2차소환에 불응한 선봉술 전 장수천 대표에 대해서도 자진출석을 강력히 종용하고 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