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가 은행의 재무구조개선 적립금 제도를 신설해 올해 결산때부터 당기순이익의 10%를 의무적으로 쌓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사내유보 형태가 될 이 적립금은 은행 단순자기자본의 5~6%가 될 때까지 지속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은행의 영업환경 악화에 대비해 이익을 많이 낼 때 건전성을 높여놓겠다는 뜻이다. 주식회사가 낸 이익금의 배당과 사내유보에 대한 결정은 기본적으로 주주 권한에 속한다는 점에서 행정적 조치에 의한 재무구조개선 적립금 제도는 논란의 소지가 없지 않다. 그러나 사내유보가 반드시 주주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고,공공적 성격이 강한 은행의 건전성에 대한 정부의 감독권이 엄연히 인정된다는 점에서 재무구조개선 적립금은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만한 과제라고 본다. 더욱이 은행이 부실화 위험을 안고 있다면 감독당국이 적절한 건전성 조치를 취하는 것은 당연한 임무인 것 또한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BIS비율을 평가할 때 후순위채 등 부채성 보완자본보다 자기자금인 기본자본에 높은 점수를 줘 자본충실도를 높이도록 유도하고,기업대출에 대한 충당금 비율을 가계여신 수준으로 높이기로 한 것도 당연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은행의 최근 수익구조를 보면 건전성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은 매우 높다. 가계대출을 통한 이자수입과 카드수수료 수입이 한동안 크게 늘었으나 최근들어 소매금융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20개 은행의 3분기 순이익이 전분기보다 21.9%나 줄어들었다는 것은 심각하게 검토해 볼 문제다. 게다가 경기마저 급랭한다면 감당하기 어려운 부실이 발생할 것이고 금융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국내은행의 신용등급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곳이 적지 않고,국제금융시장에서 신용등급 BBB 이하의 투기채에 붙는 가산금리가 사상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부실기업 기피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외부여건을 봐도 은행의 신인도 제고 역시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은행의 건전성 확보는 행정당국의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는 만큼 은행 스스로 구조조정과 국제경쟁력 강화에 한층 박차를 가해야 마땅하다. 근래들어 이익이 좀 난다 싶으니까 임금 올리기,점포 늘리기,주5일제 도입,스톡옵션 확대 등 우선 쓰고보자는 풍조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은 심히 우려스런 일이다. 국민세금인 공적자금으로 되살아난 은행이 다시는 국가경제에 부담이 되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