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관광차 베이징(北京)에 들른 L씨는 적지 않은 불쾌감을 느껴야 했다.

기본요금 거리의 택시를 탔던 그는 잔돈이 없어 운전사에게 1백위안(약 1만3천원)짜리 지폐를 냈다.

L씨는 10위안 짜리로 달라는 운전사와 짜증나는 입씨름을 해야 했다.

더 황당했던 것은 1백위안짜리 지폐를 마지못해 받아든 운전사의 행동.운전사는 지폐를 꾸겨보고, 하늘에 비쳐보고,툭툭 쳐보기도 했다.

손님이 뻔히 보는 앞에서 가짜 돈인지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택시뿐만 아니었다.

그가 묵던 4성급 호텔 상점 종업원 역시 1백위안짜리를 받아 들고는 비슷한 행동을 보였다.

L씨는 "마치 위폐 제조 범인으로 취급당하는 것 같아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L씨가 겪었던 이러한 일들은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가짜 돈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인들은 지폐가 거짓으로 드러나도 별스럽지 않게 생각한다.

"이것 가짜니 다른 돈으로 달라"라는 게 고작이다.

우리네 같으면 경찰에 신고하고, 대규모 수사가 진행되고,신문 사회면 톱기사로 다뤄질 일이다.

급기야 중국정부가 나섰다.

금융당국은 지난 5월1일 ''위조화폐 발견 시 인민은행(중앙은행)및 공안기관에 반드시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런민삐(人民幣)관리조례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고의로 런민삐를 훼손하면 1만위안 이상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조항도 있다.

중국당국은 이 조례 발표후 위폐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귀조우(貴州) 허난(河南) 광둥(廣東)등에서 위폐범 일제단속이 실시됐다.

경찰이 가짜 돈을 압수,불태우는 장면이 TV에 방영되기도 했다.

이 단속이 얼마나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다.

그들은 ''썅치엔칸(向錢看·돈을 향해 달린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富)를 추종하지만 정작 유형의 돈은 존중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손님이 보는 앞에서 화폐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확인하는 장면은 중국경제를 보여주는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