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경쟁력은 제품에 대한 시장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조립산업의 공급력과 또 조립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부품 및 부품산업에서 소요되는 소재 및 기술이 얼마나 자국기반공급자( Home-based suppliers )에 의해 공급되느냐에 좌우된다.

요컨대 한 산업의 물류 흐름이 얼마나 자국기반공급자에 의해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그 산업의 국제경쟁력이 좌우된다.

국내수요 뿐만 아니라 해외수요까지도 국내기반 공급자에 의해 공급된다면,그 산업의 국제경쟁력은 그만큼 강한 것이다.

이는 시장 수요가 산업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한 강력한 전략적 수단임을 함축한다.

따라서 기술력이 부족한 후발국에서는 산업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외 수요를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케 된다.

이점에서 우리의 몇몇 산업은 자원빈국의 악조건에서도 잠재수요( latent demand )를 활용,그동안 기술력을 꾸준히 확보함으로써 IMF 위기 때에도 강한 국제경쟁력을 보여 주었다.

세계철강산업을 주도하는 포스코,D램 강자가 된 삼성전자,기술혁신 기반을 다져 온 현대자동차,저렴한 강재와 기술인력을 활용해 조선입국을 이루어 온 조선산업, TDX 수출국 입지를 확보한 전자교환 시스템 산업,이들은 국내 수요와 수출 수요를 전략적 무기로 혁신기술을 확보,기업국부론의 주역이 된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이런 예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산업은 활동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대일 및 대미 의존이 더욱 커지는 파행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

자동차 종합전자 정보통신산업 등의 조립산업에서 쓰는 핵심부품에 대한 국내기반 공급역량이 너무 취약하다.

그 부품의 핵심 소재나 기술을 대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 특히 이동통신산업은 그동안 서비스 제공자들의 이익확대와 몇몇 조립메이커의 조립역량 구축에는 기여했지만 핵심부품의 해외의존 심화로 국제수지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물론 <><>이동통신서비스의 조기 공급이 국민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내수요의 전략적 활용에 의한 산업경쟁력 강화의 견지에서 볼 때 너무도 아쉽고 안타까운 결과가 되고 말았다.

즉 불과 3~4년 사이에 보조금까지 주어가면서 3천만에 가까운 엄청난 국내수요를 기술기반없는 경쟁방식으로 서둘러 현재화( explicit ) 시킴으로써 핵심부품 및 핵심소재에 대한 기술력 확보의 절호의 찬스를 놓쳐 버리고 말았다.

그 원인이 정치권의 정치 노름이었는지,아니면 정통부의 정책안목 부족이었는지,또는 미국기업들의 고도의 전략이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관련산업 기술력 확보의 기회를,막대한 중복 투자와 핵심부품에 대한 과당 수입경쟁으로 해외 장비 및 부품 메이커들에게 국내시장을 몇배 부풀려서 넘겨주면서도 교섭력( bargaining power )마저 빼앗긴 형상이 되고 말았다.

CT,CT2,Cellular,PCS 등의 이동통신정책에 관한 한 전략적 무기인 국내시장수요를 희생시켜가면서 우리의 자원부담과 책임하에 선진국의 신기술을 시험하는 "시험장 노릇"을 해온 듯한 느낌이다.

그런데 또다시 IMT-2000 의 신기술 시험장이 되려 하고 있다.

IMT-2000 에 대한 열풍을 일으키며 "실기하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분위기를 잡아간다.

하지만 많은 신기술이 그랬듯 시장니즈( market needs )와 산업기술( industry seeds )이 부합해야 산업성공이 가능하다는 지극히 당연한 명제를 유념할 때,지금과는 전혀 다른 정책적 접근이 요구된다고 본다.

즉 핵심기술요소에 대한 기술추적은 심도있게 또 집중적으로 수행하되,상용화 시기는 선발자의 유 불리가 규명되는 시기를 택하는 전략성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IMF 국난의 극복여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없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수천억달러에 해당하는 공적자금의 궁극적 부담 주체가 국민임을 감안할 때 IMF 국난 극복의 해법은 과연 무엇일까.

현재 구조조정.유동성문제해결.개혁 등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IMF 국난의 원인에 대한 원인 ( cause of causes )을 규명해 보면 궁극적 해결책은 산업기술력,특히 핵심 부품 및 핵심 소재산업의 기술력 강화 여부에 달려있다.

기술혁신은 이제 국가경영의 기본 축이 돼야 한다.

왜냐하면 산업기술력없이 IMF 국난 극복은 불가능하며,이 산업기술력은 국내기반의 물류흐름과 이를 가능케 하는 산업기술 인프라 및 이를 조장.촉진시키는 산업정책의 유효성에 전적으로 좌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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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

<>서울대 상학
<>미국 시라큐스대
<>인하대 경영학 박사
<>97~99 한양대 경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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