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금융기법을 사용해 항공기 구입 비용을 크게 절감한 사람들이 있다.

대한항공 국제금융팀의 이상균 이사 등 10명은 에어프랑스 330-300기(2백96석)를 도입하면서 유럽수출지원기구(ECA)와 일본운영리스(JOL)를 활용,60여억원을 절감했다.

60억원은 항공기 전체 구입가격(1억3백57만달러)에 비하면 4.63% 정도.

그러나 서울~LA간 승객 1인 운임(약 1백20만원)과 이윤율 10%를 감안하면 국제선 승객 5만명 이상을 실어 나른 것과 같은 부가가치 효과가 있다.

대한항공은 국제시장에서 금융실력을 인정받아 지난 1월 항공기금융 전문잡지인 IFR아시아로부터 우수금융상을 받은데 이어 지난달엔 에어파이낸스 저널로부터 국제금융 우수업체로 지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국내 항공사가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 실력을 인정받아 상을 받기는 처음입니다. 항공기 금융이 차관에서 리스 지분투자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는 점에서 이번 수상의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지요"(이찬호 국제금융부장)

대한항공이 대출과 리스를 동시 활용하는 금융기법을 시도한 것은 지난해 초.

노후항공기 교체방침에 따라 신형 항공기를 도입해 오던 과정에서 거래처인 엥도수에즈은행의 조언으로 ECA와 JOL 복합금융기법을 생각하게 됐다.

ECA는 프랑스 영국 독일 등 3개국이 자국의 수출 증대를 위해 설립한 보증기관.

JOL은 일본의 투자자들이 항공기 임대수입을 목적으로 설립한 일종의 항공기 투자클럽이다.

고가의 항공기감가상각비를 비용으로 처리,절세효과를 거둘 수 있어 많은 자금이 몰리는 것으로 알려진다.

문제는 지난해 초 일본정부가 항공기 리스금융의 조건을 바꿔 일본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4월1일자로 일본의 항공기리스가 레버리지리스( Japanese leveraged lease )에서 운영리스( Japanese operating lease )로 바꿨습니다. 항공기 투자자들이 항공기 감가상각비를 비용으로 처리하면서 항공기 가격 하락 위험을 전혀 부담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본 것이지요. 리스기간이 끝나면 항공기 소유권이 항공회사로 저절로 넘어오던 것을 항공사가 일정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권한을 갖도록 변경했지요"

리스기간 만료후 가격이 하락하면 항공기 구입권한을 포기하면 되므로 대한항공으로서는 조건이 유리해졌다.

그러나 일본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려 자금조성이 쉽지 않았다.

특히 감가상각비 절세 효과를 많이 보기 위해 최소의 투자로 항공기를 취득하려 했다.

대한항공은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결국 항공기 구입가격의 77%인 7천9백77만달러(연 6.65%)를 유럽에서 조달했다.

나머지 2천3백80만달러는 대한항공이 리스기간이 끝나는 10년후 3천7백만달러에 취득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조건으로 일본에서 조성했다.

2천3백80만달러에 상당하는 가치를 10년후 3천7백만달러에 갚으므로 대한항공으로서는 연 4.63%의 금리를 부담하는 것이다.

결국 유럽시장 조달금리와 차이로 4백80만달러(60억원)의 이익을 본 셈이다.

대한항공이 이러한 금융기법을 동원하기엔 어려운 점이 없지 않았다.

"유럽수출기구로부터 보증을 받기 위해 설명을 하는 그날 중국에서 화물기 사고가 났습니다. 앞이 캄캄하더군요"

대한항공은 난관을 해외금융기관에 빨리,자세히 알려줌으로써 극복했다.

언론에 보도되기 전에 인터넷 E메일을 통해 사고 사실을 알려주고 그것이 미치는 영향을 설명함으로써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고 이상균 이사는 설명했다.

박주병 기자 jbpark@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