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 본사독점전재 ]

벽을 허물기는 어렵다.

투쟁과 논쟁이 필요하다.

이는 30일 시애틀에서 시작된 세계무역기구(WTO)총회 중 10만명의 시위대가
무역자유화를 위한 새로운 라운드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할 때
분명해질 것이다.

세계적으로 자유무역에 대한 지지가 그리 열렬하지는 않다.

WTO는 세계화라는 망령에 씌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노동 단체들과 환경 단체들은 물론 소비자 단체들로부터도 공격을 받고
있다.

이 단체들은 WTO가 일자리 감소와 환경악화를 초래하면서 대기업들의 야심을
채우는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WTO는 투명하지도 않으면서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세계화가 새로운 활력을 갖지 못할 경우 이같은 주장과 비판은 설득력을
얻게 될 것이다.

세상사람들은 고속성장과 싼 수입품, 신기술, 국제경쟁력 강화 등 최근
몇 년간 누린 시장개방의 이익들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더 큰 번영은 노동자들과 환경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런 헤택에도 불구하고 잃는 사람(패자)도 반드시 있다.

패자는 본능적으로 변화를 싫어한다.

아직도 주변에는 많은 무역장벽들이 남아있다.

새로운 무역라운드가 꼭 있어야 할 이유다.

지난 50년동안 시장개방의 거보가 여러번 내디뎌졌다.

그렇지만 농업과 섬유 해운업 등은 여전히 보호무역의 높은 장벽속에 있다.

여러 부문의 관세는 아직도 높다.

심지어 새로운 무역장벽들이 생겨나고 있기도 하다.

컴퓨터와 통신처럼 성장붐을 타고 있는 산업들은 보호무역주의의 공격을
받기 쉽다.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는 건재하다.

반덤핑관세는 늘어나고 비관세무역 장벽도 여전하다.

덤핑판정은 일단 내려진 후에는 해제되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이 때문에 반덤핑조치에 의한 무역국의 부담은 해마다 늘고 있다.

미국은 현재 3백여개 품목에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불법 무역규제인 비관세장벽도 없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것만으로도 시장개방을 위한 새로운 노력이 필요하다는 당위성이
생긴다.

유감스럽게도 WTO의 1백35개 회원국들은 새 라운드의 주제에 합의하지
못한 채 총회를 맞고 있다.

겨우 농업과 서비스 등 우루과이라운드에서 끝을 맺지 못한 문제들을
협상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최종 단계에서 각국이 양보할 거리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해서는 협상범위를
공산품관세와 투자 및 경쟁촉진 분야로 넓히는 게 좋을 것이다.

농업 자유화는 한꺼번에 이뤄지는게 좋다.

유럽과 일본은 자국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수출업자들에게 해를 끼치며
가난한 나라들의 성장을 저해하는 농업보호정책들을 폐지해야 한다.

서비스 분야는 금융과 컴퓨터 통신 운송 등은 물론 노동력이동에 관한
규제완화도 포함시켜야 한다.

섬유와 반덤핑조치의 남용을 제한하는 것까지 의제에 들어간다면
우루과이라운드에서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가난한 나라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무역자유화에 따른 곤란한 문제도 있다.

때로는 환경보호와 같이 정당한 목적들과 자유무역 사이의 조화가 깨질 수
있다.

세계는 자유무역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환경보호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비양심적인 나라들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WTO는 어떤 경우에
무역을 제한해야 할지를 정해야 한다.

새로운 라운드의 의제중 하나는 WTO 자신이 돼야 한다.

생긴지 5년밖에 안된 WTO는 여러면에서 취약하다.

비록 이 기구가 국제무역분쟁을 해결하고 잠재우는 힘을 상당히 갖고 있지만
그동안 바나나교역과 성장호르몬투입 쇠고기문제에서는 제대로 중재를 하지
못했다.

세계 각국은 현재 좀더 시장을 개방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시애틀 회담이 정치적인 장벽에 부딪친다면 WTO는 치명상을 입을 것이다.

특히 새로운 라운드에 반대하는 세력이 커질 경우 WTO의 위상약화는
불가피하다.

이런 파국은 막아야 한다.

하지만 내년에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나기 전까지는 새 라운드의 협상이
그다지 진전을 보지 못할 것 같다.

그때까지는 미국정치가 레임덕 상황에 놓여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확고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지도력 없이는 유럽연합의 농업개방 반대 고집을 비롯 여러 난관을
극복할 수 없다.

중국과의 WTO 가입협상이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빌 클린턴 행정부가 남은
1년 동안 강력한 국제지도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행히 빌 브래들리(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자)나 공화당의 조지 부시
후보는 자유무역주의자이다.

미국과 유럽은 지금 당장 자유무역에 대한 지지를 보다 확실히 해야 한다.

세계화의 추세가 역전돼서는 안된다.

따라서 세계 각국은 시애틀에서 자유무역을 위해 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다.

<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11월27일자, "Storm over globalization">

< 정리=김용준 기자 dialec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