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적으로 국가에 죄를 짓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길거리를 가면서
모르는 사람을 마주쳐도 괜히 미안한 느낌이 듭니다"

(주)대우의 한 영업담당 임원이 최근 대우 사태 이후 자신의 곤혹스런
심경을 담은 글을 익명으로 모 인터넷신문 독자란에 띄워 화제가 되고 있다.

40대 중반의 이사로서 21년째 영업부서에서만 근무해 온 그는 "은행 외환부
와 접촉할 때 대우의 자금사정이 어렵다는 사실을 짐작했다"며 대우 사태에
대한 나름의 분석을 표현했다.

그는 누구보다 금융을 잘 활용, 성장해온 대우가 외환위기를 맞아 여신
회수를 당하면서 어려움에 봉착했다고 해석했다.

자산을 다 팔아도 부채를 갚을 수 없는 상황에서 대우는 우선 단기 자금으로
버티려는 안일한 생각을 하다 현 사태를 맞은 것이란 지적이다.

그는 삼성차 빅딜 무산도 대우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삼성차 인수를 계기로 단기 유동성문제를 어느정도 해소하려던 노력이
무위로 끝나자 채권단이 일시에 자금회수에 나섰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무차별적 압박도 대우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
요인으로 더해졌다.

그러나 그는 가장 큰 문제는 구태의연한 방법으로 대처하려 했던 대우의
안이한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했다.

그래서 대우인으로서 대우를 비난하고 싶다는 심정을 고백했다.

그는 "대우 주식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준데 대해 회사를
대신해서라도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대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에 대해서도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그는 정부가 대우에 6개월가량의 시간을 준만큼 대우 스스로 제값에 팔수
있도록 지원해야지 정부가 지나치게 압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자제가 어느때보다 필요하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강봉균 재경부 장관과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 등
고위 관련들의 무책임한 발언과 통일되지 못한 발언을 극렬히 비난했다.

이를 테면 감자발언 등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사를 하고 주총의 3분의 2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감자 결의를 할 수 있는데
이를 정책적으로 결정하려는 인상을 준 것은 잘못된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같은 무책임한 발언으로 선의의 투자자들 가슴에 멍이 들고 있다며
한탄했다.

마지막으로 언론의 흥미위주 보도 내용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그의 눈에는 언론 매체에 김우중 회장의 퇴진 관련 기사 등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아낼 선정적인 기사만 주로 실리는 것으로 비쳐졌다.

특히 과장과 추측기사를 접할 때면 어안이 벙벙하다고 쓰고 있다.

그는 결코 대우를 비난할 위치에 있지 않지만 하도 답답해서 이 글을 쓴다며
대우가 최선을 다해 구조조정에 임하고 있다는 사실도 전했다.

A4용지 5장 분량의 이 글을 돌려가며 읽은 대우 영업맨들은 "영업과정에서
자신들이 느낀 답답한 사정을 잘 표현한 글"이라며 공감을 표시했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