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 공군사관학교 교수 gekim@hanmail.net >

"인중이 길면 오래 산다"란 말이 있다.

관상에서 나온 말이지만 거의 상식이 되다시피 했다.

인중이란 코와 윗입술사이의 오목한 부분을 말한다.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오래 사는 사람 중에는 인중이 긴 사람이 많다"고 해석하면 단순히 둘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중이 긴 사람은 오래 산다"라고 풀이한다면 둘 사이의 인과관계
를 어느 정도 가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과연 상관관계가 있을 경우에 둘 사이에 인과관계도 있는 것일까.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은 어떤 것들의 사이가 밀접하다는 것만을 나타내며
그 관계는 어느 것이 원인이고 어느 것이 결과인지는 아무런 증거도 제공
하지 않는다.

문제는 상관관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종종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를 나타낸다고 가정하는데 있다.

상관이 있으면 그 중의 하나가 원인이 되고 다른 것은 그 원인으로 인해서
생기는 결과라고 해석하는 잘못을 범한다는 얘기다.

두 개의 변수들은 상관관계를 갖지만 그것은 우연일 뿐 서로 인과관계가
없는 경우가 많다.

또 인과관계가 있더라도 다른 변수들이 그 사이에 존재할 수도 있다.

인과관계는 매우 복잡한 개념이다.

학자들의 견해도 다양하게 변화되어 왔다.

철학자인 밀(John S Mill)은 인과관계 성립조건으로 다음의 3가지를 제시
했다.

첫째 원인은 결과보다 시간적으로 앞서야 한다.

둘째로 원인과 결과는 관련이 있어야 한다.

셋째 결과는 원인이 되는 변수만으로 설명되어야 하며 다른 변수에 의한
설명은 제거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들이 만족됐다는 것은 인과관계를 추론하는데 있어서
합리적인 근거가 될 수는 있지만 인과관계의 존재가 입증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다른 데이터로부터 축적된 유사한 결과와 연구자의 경험적인 판단이 인과
관계를 확인하는데 추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