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리스크관리의 혁신 .. 이정조 <향영21C리스크컨설팅>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이정조 <향영21C리스크컨설팅 사장>
최근의 한보그룹 부도사태는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개혁위원회가 출범했다.
개혁은 정부의 국내 금융기관 보호막을 걷어낼 것이다.
이제 금융기관은 온실 속에서 쫓겨나와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형편없었던 것은 무엇보다 개혁의 방향이
금융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현실과 운영, 즉 금융 소프트웨어를 바꾸지 않았다.
관변학자와 관료들이 금융기관 업무영역의 통합-합병문제등 숲만 보는
제도개혁, 즉 하드웨어개혁에 치중한게 오늘의 한보그룹부도와 같은 중병을
앓게 한 주요인이다.
금융개혁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면서도 금융산업의 최대난제인 부실채권
문제를소홀히 하고 있는게 금융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단적인
예다.
부실채권은 금융여신의 20%를 넘고 있는 데도 말이다.
물론 가시적인 차원의 제도개혁은 중요하다.
하지만 금융제도 운영상의 개혁없이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는 요원하다.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실상을 점검해보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리스크관리가 금융기관의 생존수단임에도 불구, 신용 리스크관리의
기본이 돼있지 않다.
금융기관중 은행권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면 신용상태가
취약해 부도가 나더라도 담보만 있으면 부실채권이 아니라는 "조선시대"같은
답변이 90%다.
지난 96년이후 우성 건영 삼익악기 한보 등의 부도사태에서 보듯이
아무리 담보를 확보했더라도 거래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손해를
보게된다.
현가계산을 해보면 80%이상이 기회비용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즉 돈이 묶여 다른 곳에 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부실이 아니라니 금융의 기본조차 너무 허술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리스크 관리를 통한 신용활성화가 담보여신거래보다 안전하다"는
역설적인 진리를 모른다.
신용평가기법이 발전하지 못하고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원인이 바로
여기에있다.
신용으로 1억원을 빌려줬다가 거래처가 부도나면 지점장을 대기발령낸다.
말그대로 엄중문책이다.
그런데 수백억원을 담보잡고 대출해줬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도
책임추궁이 없이 넘어가는게 금융기관 내부의 실상이다.
둘째 신용사회 정착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한보그룹만 보더라도 계열사가 22개나 되는데도 기업집단 재무제표인
연결재무제표가 작성돼 있지 않다.
연결재무제표는 의무적인 제도는 아니다.
작년 관계당국에서 기업집단 전체를 포함하는 연결재무제표를 도입하려고
했으나 경제난을 이유로 보류됐다.
경제난과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연결재무제표가 무슨 관계가
있는가.
근시안적인 행정의 대표적인 사례다.
뿐만 아니라 공인회계사의 감사범위 제한(자산 60억원이상)이나
부실감사문제도 신용사회 정착의 큰 걸림돌이다.
지난해 대규모 융통어음을 발행, 문제를 일으킨 서주산업은 법정관리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공인회계사 감사도 받지 않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제도적인 허점투성이이다.
셋째 의사결정 시스템의 문제다.
그동안 부실채권의 상당부분은 실무자로부터 계단식 승인을 거치는 맨투맨
방식의 의사결정 때문이었다.
실무자까지 참여한 다수인에 의한 공동의사결정과는 달리 속성상 상위
의사결정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의존한 것이다.
이래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이 불가능하다.
경영층에 의한 외부청탁을 배제할 수 있는 취약점을 안고 있다.
최근 최고경영자가 여신의사결정권한을 포기하고 공동의사결정 시스템을
도입, 부실채권을 크게 줄인 한 지방은행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넷째 사후 모니터링이 달라져야 한다.
리스크 관리에는 정보수집제도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신이 일어날 때는 거래처에 대해 상당히 심층적인
분석이 이뤄진다.
그렇지만 거래개시후에는 사후 모니터링이 거의 없다.
특히 대규모 거래기업의 동태파악은 거의 전무한게 현실이다.
제대로 된 심사평가없이 거래기업의 시중 루머에 덩달아 춤을 추고 있다.
사후 정보인프라 구축으로 거래기업의 경영변화를 추적해야 거래기업의
부실을 조기차단할 수 있다.
다섯째 신용평가방법의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신용평가회사와 극히 일부 금융기관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일반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평점방식(Scoring Model)이나 판별분석 등 전통적
이고 교과서적인 기업분석은 최소한의 객관성만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평가방법은 산업및 기업의 질적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가중치 무역에서의 문제점 등으로 리스크에 대한 효과적인 판단을
하는 데도 상당한 취약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평점 판별분석의 의존도를 영국 프랑스 수준으로 낮추거나
미국처럼 최종의사결정 도구가 아닌 보조지표로 할용해야 한다.
양과 질을 모두 가미한 종합분석으로 전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간 재무보고를 제도화해야 한다.
분기보고서가 공시되는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상장기업만 반기보고서를
공시하도록 돼 있다.
이같은 제도로는 기업의 수익성및 재무상태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가 어렵다.
이번 한보그룹 부도를 계기로 정부 기업 금융기관 등이 모두 리스크관리에
일대 혁신을 일궈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0일자).
최근의 한보그룹 부도사태는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개혁위원회가 출범했다.
개혁은 정부의 국내 금융기관 보호막을 걷어낼 것이다.
이제 금융기관은 온실 속에서 쫓겨나와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형편없었던 것은 무엇보다 개혁의 방향이
금융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현실과 운영, 즉 금융 소프트웨어를 바꾸지 않았다.
관변학자와 관료들이 금융기관 업무영역의 통합-합병문제등 숲만 보는
제도개혁, 즉 하드웨어개혁에 치중한게 오늘의 한보그룹부도와 같은 중병을
앓게 한 주요인이다.
금융개혁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면서도 금융산업의 최대난제인 부실채권
문제를소홀히 하고 있는게 금융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단적인
예다.
부실채권은 금융여신의 20%를 넘고 있는 데도 말이다.
물론 가시적인 차원의 제도개혁은 중요하다.
하지만 금융제도 운영상의 개혁없이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는 요원하다.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실상을 점검해보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리스크관리가 금융기관의 생존수단임에도 불구, 신용 리스크관리의
기본이 돼있지 않다.
금융기관중 은행권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면 신용상태가
취약해 부도가 나더라도 담보만 있으면 부실채권이 아니라는 "조선시대"같은
답변이 90%다.
지난 96년이후 우성 건영 삼익악기 한보 등의 부도사태에서 보듯이
아무리 담보를 확보했더라도 거래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손해를
보게된다.
현가계산을 해보면 80%이상이 기회비용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즉 돈이 묶여 다른 곳에 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부실이 아니라니 금융의 기본조차 너무 허술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리스크 관리를 통한 신용활성화가 담보여신거래보다 안전하다"는
역설적인 진리를 모른다.
신용평가기법이 발전하지 못하고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원인이 바로
여기에있다.
신용으로 1억원을 빌려줬다가 거래처가 부도나면 지점장을 대기발령낸다.
말그대로 엄중문책이다.
그런데 수백억원을 담보잡고 대출해줬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도
책임추궁이 없이 넘어가는게 금융기관 내부의 실상이다.
둘째 신용사회 정착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한보그룹만 보더라도 계열사가 22개나 되는데도 기업집단 재무제표인
연결재무제표가 작성돼 있지 않다.
연결재무제표는 의무적인 제도는 아니다.
작년 관계당국에서 기업집단 전체를 포함하는 연결재무제표를 도입하려고
했으나 경제난을 이유로 보류됐다.
경제난과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연결재무제표가 무슨 관계가
있는가.
근시안적인 행정의 대표적인 사례다.
뿐만 아니라 공인회계사의 감사범위 제한(자산 60억원이상)이나
부실감사문제도 신용사회 정착의 큰 걸림돌이다.
지난해 대규모 융통어음을 발행, 문제를 일으킨 서주산업은 법정관리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공인회계사 감사도 받지 않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제도적인 허점투성이이다.
셋째 의사결정 시스템의 문제다.
그동안 부실채권의 상당부분은 실무자로부터 계단식 승인을 거치는 맨투맨
방식의 의사결정 때문이었다.
실무자까지 참여한 다수인에 의한 공동의사결정과는 달리 속성상 상위
의사결정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의존한 것이다.
이래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이 불가능하다.
경영층에 의한 외부청탁을 배제할 수 있는 취약점을 안고 있다.
최근 최고경영자가 여신의사결정권한을 포기하고 공동의사결정 시스템을
도입, 부실채권을 크게 줄인 한 지방은행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넷째 사후 모니터링이 달라져야 한다.
리스크 관리에는 정보수집제도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신이 일어날 때는 거래처에 대해 상당히 심층적인
분석이 이뤄진다.
그렇지만 거래개시후에는 사후 모니터링이 거의 없다.
특히 대규모 거래기업의 동태파악은 거의 전무한게 현실이다.
제대로 된 심사평가없이 거래기업의 시중 루머에 덩달아 춤을 추고 있다.
사후 정보인프라 구축으로 거래기업의 경영변화를 추적해야 거래기업의
부실을 조기차단할 수 있다.
다섯째 신용평가방법의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신용평가회사와 극히 일부 금융기관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일반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평점방식(Scoring Model)이나 판별분석 등 전통적
이고 교과서적인 기업분석은 최소한의 객관성만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평가방법은 산업및 기업의 질적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가중치 무역에서의 문제점 등으로 리스크에 대한 효과적인 판단을
하는 데도 상당한 취약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평점 판별분석의 의존도를 영국 프랑스 수준으로 낮추거나
미국처럼 최종의사결정 도구가 아닌 보조지표로 할용해야 한다.
양과 질을 모두 가미한 종합분석으로 전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간 재무보고를 제도화해야 한다.
분기보고서가 공시되는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상장기업만 반기보고서를
공시하도록 돼 있다.
이같은 제도로는 기업의 수익성및 재무상태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가 어렵다.
이번 한보그룹 부도를 계기로 정부 기업 금융기관 등이 모두 리스크관리에
일대 혁신을 일궈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