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물론 정부 여당까지도 군복무기간 단축을 총선공약으로 내걸면서
이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 여당은 최근 여러 차례 당정 실무접촉을 갖고 구체적인 군복무기간
단축방안을 협의했으며 오는 4일께 고위 당정회의에서 이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와 신한국당이 마련한 이 안을 보면 현역 복무기간을 현행
26개월에서 24개월로, 산업기능요원의 복무기간은 36개월에서 공익
근무요원과 같은 28개월로 각각 줄인다는 것이다.

신한국당은 이같은 방안을 조만간 총선공약으로 제시하고 새로 구성될
15대 국회에서 관계법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새정치국민회의도 1일 발표한 정치분야 총선 공약을 통해 사병의
복무기간을 26개월에서 24개월로 단축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는 여-야의 이같은 군복무기간 단축안이 한반도의 군사적 현실을
무시한채 오직 표만을 의식한 선심성 공약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시야를 조금 넓혀 국가 전체적인 인력관리 측면에서 볼때
군복무기간의 단축은 비람직하다고 본다.

물론 우리의 군사적 현실은 군복무보다 국민의 병역에 대한 부담감 및
산업체 인력난 완화에 더 큰 비중을 둘 만큼 한가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냉전이 끝났다고 하나 한반도의 긴장은 오히려 더 고조되고 있다.

특히 우리 내부가 과거청산 작업에 바쁜 나머지 안보를 범상하게
보는 듯한 인상을 주는 가운데 북한의 군사적 동향은 심상치 않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우리의 대응력이 어느때보다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만 그 대응력을 평가하는 시각과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이는 "군의 세계화"를 위한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

첫째 우리의 군사적 대응력은 병력의 소수정예화, 장비의 첨단화를 통해
제고돼야 한다.

군사력의 개념도 량보다는 질위주로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군인의 처우개선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규모가 큰 대군보다 규모는 작더라도 기능이 뛰어난 강군이 요구되는
시대인 것이다.

오늘날 전자시대의 군사력은 적정 규모의 병력과 첨단장비를 어떻게
시스템화하여 효율성을 높이느냐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복무기간을 줄이더라도 현재 49개 특수분야에 국한된 지원병
모집분야를 과감히 확대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국방력은 군에 대한 국민의 전폭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할 때만
극대화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정부 예산의 21% 이상을 쓰는 군이 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경제-사회적
마인드를 갖지 못하고 이질적 집단으로 따로 논다면 아무리 병력이 많고
장비가 과학화된들 무슨 힘을 쓰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추진중인 군 복무기간 단축은 단순히
병력수를 줄여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완화시킨다는 차원이 아니라 군의
현대화를 앞당기고 "역사 바로 세우기"과정에서 저상된 군의 이미지를
회복시키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