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상산업의 선두주자인 대우와 삼성이 스크린에서 맞붙는다.

대우전자가 기획시대와 공동제작한 "영화 전태일"(박광수 감독)과
삼성영상사업단이 제작비 전액을 투자한 "포르노맨"(여균동 감독)이
촬영을 끝내고 곧 개봉되는 것.

이들 작품은 사회성 짙은 내용과 파격적 영상으로 제작초기부터 화제를
모은데다 영화제작에 경쟁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두 대기업의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영화 전태일"은 대우전자가 총제작비 15억원의 절반이 넘는
8억5,000만원(비디오판권료 포함)을 투자해 만든 역작.제작위원회측이
국민후원금 3억여원을 모금하고 문성근 홍경인등 주연배우들이
무료 출연했다.

70년 11월 근로조건개선을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의 일대기를 그린
이 영화는 그의 발자취를 좇는 지식인 청년 김영수(문성근)를 통해
잊혀진 역사의 진실을 비춰준다.

그간 "투캅스" "마누라 죽이기"등 코믹물에 참여했던 대우가 이를
계기로 이미지변신에 나서는게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시국사건 수배자로 쫓기는 법대졸업생 영수는 야학에서 알게된
여공 정순의 집에 숨어살며 전태일(홍경인)의 어머니를 만나 평화시장
에서 일했던 그의 행적을 쫓는다.

재단사가 된 태일. 그는 점심을 굶는 여공들에게 차비를 털어 풀빵을
사주고 모임을 만들어 변화를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평화시장을 나온 후에도 삼동회를 조직하고 근로자들을 위해 헌신하지만
결국 좌절끝에 몸을 불사른다.

영수는 농성중 구사대에 의해 난지도에 버려진 정순이 잡혀간뒤
자책감에 시달리다 만삭의 몸으로 석방된 정순의 뱃속에서 생명의
소리를 듣고 태일의 죽음이 새 희망으로 탄생될 것을 믿는다.

"포르노맨"은 삼성영상업단소속 스타맥스가 제작비 전액인 9억원을
투자한 블랙코미디물.

올해 삼성측에서 제작참여한 영화들이 대부분 코믹액션이었던 것과
관련, "총잡이"와 같은 해학적 웃음으로 관객을 끌겠다는 전략이다.

이 영화는 문명의 그늘에 감춰진 욕망과 미국문화에 대한 맹목적 숭배,
도덕성이 마비된 현실을 풍자적으로 보여준다.

포르노에서 본 금발의 메리와 결혼하겠다며 미국으로 달려갔다가
엉뚱한 여인의 육탄공세를 피해 도망다니는 성충도(유오성)와 온 도시를
포르노왕국으로 바꾸겠다는 환상의 소유자 성성이(여동균), 산전수전
겪은 포르노배우 미아(조민수)가 주인공.

한편 대우전자는 장선우감독의 5.18소재영화 "꽃잎"과 김영빈감독의
"나에게 오라"에도 제작비를 투자하고 있으며 애니메이션 "아마게돈"의
비디오판권을 국내최고가인 6억원에 선매하는 등 사업영역을 급속하게
넓혀가고 있다.

삼성영상사업단도 이에 뒤질세라 김상진감독의 "돈을 갖고 튀어라"와
정병각감독의 "코르셋"등 영화제작에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 김홍준감독과
뮤직드라마 제작을 협의중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