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부와 민주당간의 외교문서변조 공방파문이 가열되고 있다.

양측의 주장대로라면 한쪽이 분명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따라서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면 한쪽은 공신력에 "흠집"이 생길 수 있어
지방선거이후 정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양측의 공방은 이달중순 월간지인 "신동아"가 민주당 권노갑부총재가
제공한 대외비문서를 토대로 "외무부가 지난3월23일 해외공관에 지자제연기
음모와 관련된 대외비 전문을 발송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하면서 시작됐다.

외무부는 즉각 "해외공관에 보낸 전문은 선진국 지자제 사례 조사관련
지시였으나 권부총재가 제시한 자료는 마치 지자제 연기 음모처럼 변조된
내용"이라며 변조 경위에 대해 검찰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외무부 관계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면서 권부총재에게도
검찰출두를 요구했으나 권부총재는 거부해왔다.

권부총재는 지난25일 "전문을 제보한 사람은 뉴질랜드에 근무하는 최승진
부영사"라고 밝혔다.

권부총재는 외무부가 지난3월 지방선거 연기내용이 포함된 전문을 해외
공관에 보냈다가 자신이 그것을 폭로하자 선거연기부분을 뺀 변조된 전문을
다시 보내 수사자료로 삼으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권부총재는 이같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외무부가 해외공관에
보냈다는 전문의 "원본"과 "변조본"을 제시했다.

두개의 문서는 문서번호와 발송일시를 비롯한 대부분의 내용이 같으나
선거연기 내용의 유무만 다르다.

외무부는 권부총재가 공개한 "원본"과 "변조본"의 발송시간이 모두 "3월
23일 9시59분"으로 돼 있는데 공관으로 내보내는 전문은 컴퓨터 타이머로
발송시간을 자동으로 기록하기 때문에 발송시간이 달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외무부는 26일 극히 이례적으로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주컴퓨터에 보관돼
있는 3월23일자 전문을 꺼내 확인시켰는데 내용은 외무부가 "원본"이라고
주장한 것과 똑같았다.

외무부는 이날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과 권부총재를 명예훼손죄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1부는 이날 문제의 문서를 최승진영사가
변조, 유출한 것으로 잠정결론 짓고 최영사를 즉시 귀국조치토록 외무부에
요청했다.

김도언검찰총장은 이날 "서울지검의 중간수사결과 공문변조가 명백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 김호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