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덜 든듯 하지만,어쨌든 보통 넘는 그 충성심에 감동을 한 히나다는
유스케에게 데이지로의 나이를 한살 높여서 생년월일의 정정계를 번청에
제출토록 일러 주었다. 그래서 나이를 열여섯 살로 고치게한 다음 데이지로
를 백호대에 편입시켰다.

백호대란 아이즈번의 소년부대였다.

아이즈번은 석고가 이십삼만석으로, 동북지방의 웅번이었다. 그리고 번조
가 도쿠가와막부의 이대 장군의 아들이어서, 가문의 혈통을 이어받은 정통
번이기도 했다. 그래서 역대 번주들은 막부를 위해서는 어떠한 희생도 감수
해야 한다는 번조의 가훈을 지켜 내려오는 터였다.

페리가 내항하기 일년 전에 마지막 번주의 자리에 오른 마쓰다이라가다모리
역시 그 가훈을 철저히 좇아 격동의 정국 속에서 끝까지 막부를 지키는
좌막파의 우두머리 노릇을 하였다. 교토 수호직(수호직:수도경비사령관
격임)을 맡아 쇼군 요시노부를 보좌하던 그는 왕정복고의 대정변이 일어나자
요시노부와 함께 교토에서 오사카로, 그리고 야간도주에 동행하여 에도로
왔었고, 결국 요시노부의 강경파 제거책에 의해서 에도를 떠나 아이즈번으로
귀향했었는데, 아이즈로 돌아온 그는 쇼군 요시노부의 뜻을 좇아 자기도
은거 근신을 하여 공순의 뜻을 나타냈다. 그리고 유신정부의 지시에
따르겠으니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는 탄원서를 여러 차례 제출했다. 그러나
그의 탄원은 번번히 묵살되었다.

아이즈번만은 철저히 응징한다는 것이 유신주체들의 확고부동한 방침
이었던 것이다. 막부진영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었고, 마쓰다이라가 그동안
시종 강경파의 두목 노릇을 하며 존황양이의 지사들을 탄압했으며, 왕정
복고의 거사 이후에도 앞장서서 대항을 했었기 때문에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번을 무력으로 여지없이 쳐부숨으로써 막부세력의 뿌리
를 송두리째 뽑을 수가 있으며, 명실공히 왕정복고의 대정변을 마무리짓게
된다는 것이었다.

끝내 탄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마쓰다이라는 분연히 일어섰다. 그렇다면
도리가 없지, 끝까지 싸우는 수밖에... 이렇게 마음을 굳힌 그는 먼저 번군
의 편제를 크게 개편하였다.

군사들의 연령에 따라서 주작 청룡 현무 백호의 네 부대로 나누었는데,
주작대는 18세부터 35세까지의 혈기 왕성한 사무라이들로 이루어진, 제일선
에서 싸울 주력부대였다. 그리고 청룡대는 36세에서 49세까지로, 제이선을
지킬 후비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