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6~9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안전보건전시회(KISS 2026)에서 아에르웍스가 국내에 독점 유통한 일본 기업의 워크웨어 제품을 착용한 모델. 아에르웍스 제공
이달 6~9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안전보건전시회(KISS 2026)에서 아에르웍스가 국내에 독점 유통한 일본 기업의 워크웨어 제품을 착용한 모델. 아에르웍스 제공
폭염은 재난이다. 정부는 2018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개정해 폭염을 ‘자연 재난’에 편입했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2019~2023년 자연 재난으로 인한 사망자 중 폭염이 원인이었던 경우가 58%에 달했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중 52%가 고령자(2023년 기준)였다. 실외 작업량이 많은 도로 보수원이나 상하수도 설비 공사, 철도운수·차량 정비, 발전소 운전·정비 등 업무 종사자가 폭염에 노출될 위험이 특히 컸다.
아에르웍스 공식 모델로 발탁된 배우 이진욱. 아에르웍스 제공
아에르웍스 공식 모델로 발탁된 배우 이진욱. 아에르웍스 제공
올해도 산업 현장 노동자들의 폭염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서울특별시는 작년보다 12일 빠른 지난달 18일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2020년 4일에 불과했던 평균 폭염일수(일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날의 수)는 2022년 10일, 2023년 19일로 점점 늘어나다 2024년 33일까지 늘어났다. 일 년에 한 달 이상을 폭염 속에서 살고 있다는 의미다.
이달 6~9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안전보건전시회(KISS 2026)에 마련된 코오롱FnC 볼디스트 부스. 코오롱FnC 제공
이달 6~9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안전보건전시회(KISS 2026)에 마련된 코오롱FnC 볼디스트 부스. 코오롱FnC 제공
폭염 속에서도 일은 해야 한다. 산업 현장에 특화된 ‘워크웨어’(작업복) 시장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연평균 5.2%씩 성장을 거듭해 현재 약 1조60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 부문(코오롱FnC)부터 K2, 아이더, 블랙야크 등 아웃도어 강자들이 줄줄이 뛰어들었다. 코오롱FnC의 워크웨어 브랜드 볼디스트는 지난 6~9일 열린 국제안전보건전시회(KISS 2026)에서 브랜드 중 114평에 달하는 최대 규모 부스를 마련해 제품력을 과시했다. 칼에 쉽게 베이지 않는 경호원 전용 ‘베임엑스 수트’(VEIMX SUIT)가 눈길을 끌었다.

시장 성장세가 심상치 않자 일본 브랜드도 진입했다. 현지에서 압도적 1위를 자랑하는 버틀(BURTLE)과 2위 지벡(XEBEC)을 비롯해 TS디자인, 아이즈프론티어(‘I’Z FRONTIER), 그레이스엔지니어스(GRACE ENGINEER’S) 등 5개 브랜드가 국내 워크웨어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씨앤투스가 운영하는 워크웨어 플랫폼 아에르웍스를 통해서다.
지난 9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안전보건전시회(KISS 2026)에서 하춘욱 씨앤투스 대표가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아에르웍스 제공
지난 9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안전보건전시회(KISS 2026)에서 하춘욱 씨앤투스 대표가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아에르웍스 제공
9일 KISS 2026 현장에서 만난 하춘욱 씨앤투스 대표이사(58)는 “국내 워크웨어 시장은 2조 원 규모까지 커질 것”이라며 “향후 5년 내 시장 점유율 10% 달성이 목표”라고 말했다. 씨앤투스의 작년 매출은 800억 원에 조금 못 미친다. 5년 안에 매출 규모를 두 배 이상인 2000억 원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얘기다.

하 대표는 “과거만 해도 국내 워크웨어는 전통적인 작업복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며 “대형 의류 업체들이 하나둘 진입하면서 제품이 다양화·고급화하며 단가가 올라가고 있다”고 했다. 코오롱FnC가 산업용 의류 시장에 진출한 2020년을 기점으로 워크웨어가 기능성에만 머물지 않고 패션의 하나로 소비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하 대표는 “일본 워크웨어는 고기능성인 동시에 디자인도 브랜드마다 서로 다르고, 세련된 편이라 일상복으로 많이 소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70년 역사를 자랑하는 버틀은 선풍기가 부착된 조끼형 작업복 ‘에어크래프트’ 제품 하나로 한 해에만 1000억 원을 벌어들인다. 특수 냉감 기술이 적용돼 체감 온도를 최대 6.8도까지 낮춘다는 하이테크 웨어다. 고출력 선풍기로 재킷 내부 공기를 빠르게 순환시켜 땀을 증발시키는 원리다. 제품에 사용된 팬은 세계적인 부품 업체교세라와 공동 개발했다. 최근에는 신제품이 미국에 수출되기 시작했는데, 건설 현장 등에서 반응이 좋다고 한다.

하 대표는 “버틀을 포함해 아에르웍스가 수입·유통하는 브랜드들은 오랜 일본 제조업 역사의 현장에서 시행착오를 거쳐 검증을 마쳤다”며 “소재 등에서 국내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점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즈프론티어의 경우 스트레치 데님을 사용한 워크웨어로 일본 젊은 세대의 선호도가 높다. 1956년부터 점프수트 한 우물을 판 그레이스엔지니어스의 제품은 하반신 부분에 별도의 지퍼를 달아 상의를 벗지 않고도 볼일을 볼 수 있다.
이달 6~9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안전보건전시회(KISS 2026)에 마련된 아에르웍스 부스. 아에르웍스 제공
이달 6~9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안전보건전시회(KISS 2026)에 마련된 아에르웍스 부스. 아에르웍스 제공
현재 아에르웍스의 고객사는 100개 정도다. 세스코, 한국공항공사 등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HD현대, 한화오션 등 조선사를 중심으로 제품 샘플을 제공하며 공격적인 영업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늘려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접점도 넓혀갈 계획이다. 스타필드, 홈씨씨 등 대형 리테일러 내부 입점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하 대표는 “홈씨씨 인천점에 이어 울산점 개점을 준비 중”이라며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서도 러브콜이 오고 있다”고 밝혔다.

수입 브랜드인 만큼 국내 시장 안착을 위해 제품군 다양화에 집중할 방침이다. 하반기부터는 자체 브랜드(PB) 상품도 제작해 선보일 계획이다. 하 대표는 “내년 KISS에는 수입품보다 PB 제품을 더욱 많이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현대자동차 기술연구원으로 일하다 자동차 공장 건설업체를 차린 그는 산업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자부한다. 양모 필터로 된 마스크밖에 없던 시절, 헤파필터가 달린 마스크를 도입해 국내 산업용 마스크 시장의 업그레이드를 이끌었다. 하 대표는 “헤파 필터 마스크로 산업 현장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듯, 워크웨어 시장에서도 제대로 된 제품으로 판을 바꿔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